최근에 본 글 하나가 꽤 뜨끈했습니다. 누가 연극 ‘아비’ 보고 집에 오자마자 추천글부터 남겼더라고요. 한국에 있을 때도 뮤지컬보다 연극을 더 좋아하는 분인데, 밴쿠버에 극단이 있는 줄도 몰랐고 이번 공연 보고 제대로 놀란 듯했습니다(숨은 문화 던전 발견한 느낌임). 작은 공연장이었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고,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내내 같이 간 사람들이랑 수다가 폭주했다더라고요.
포인트가 더 좋았습니다. 같이 간 사람들은 연극 자체가 처음이어서, ‘연극이 이런 거다’ 보여주려고 데려간 거였는데 반응이 대성공이었다는 겁니다. 너무 잘 봐서 다음에 또 다른 무대 올라오면 그때는 자기들이 표부터 구해놓겠다고 했다네요. 공연이 그냥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데 살짝 짠한 맛도 있었고, 구성이나 연습한 티가 그대로 느껴져서 더 좋았다고 했습니다. 내일까지 공연이라 많이들 보러 가시라고 막차 영업까지 딱 해두셨고요.
이런 후기 보이면 괜히 심장이 뜁니다. 작은 공연장에서 시간 삭제 버그 걸릴 정도면 무대 에너지가 제대로였다는 뜻이거든요. 게다가 밴쿠버에서 이런 한국어 연극 무대가 꾸준히 올라간다는 사실 자체가 좀 뭉클합니다. 본업 따로 있는 분들이 이런 공연까지 올리는 거면, 그건 거의 열정으로 굴러가는 서버라고 봐야죠.
댓글에는 극단 쪽에서 직접 등판하셨더라고요. 공연 보러 와준 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좋은 후기까지 남겨줘서 더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들 본업이 따로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한다고 밝혔어요(이 대목에서 진짜 리스펙트 찍힘). 거기다 매년 공연을 올리고 있으니 내년에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오겠다고 하셨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밴쿠버 문화생활, 은근히가 아니라 대놓고 보석 숨겨놓고 있었던 겁니다. 이번 ‘아비’는 거의 막차 느낌이고, 내년 공연은 알람 맞춰놔야 할 각입니다. 이런 건 입소문 타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어서, 조용히 강한 무대들 더 많이 살아남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