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게시판이 정치글로 거의 도배였는데, 점심쯤 다시 보니까 딱 하나만 남고 싹 사라졌다는 글이 올라왔더라. 글쓴 사람은 방장님이 청소하신 거면 진짜 감사하다고 했음. 예전엔 분위기가 훨씬 나았는데, 이런 글들을 방치하면 금방 난장판 된다는 얘기였어. 책 티핑포인트에 나온 깨진 유리창 얘기까지 가져오더라. 창문 하나 깨진 걸 그냥 두면 사람들이 계속 돌 던지고, 그 옆집 옆옆집까지 퍼지듯 게시판도 자정 기능이 안 돌면 그렇게 된다는 거지.
이 비유가 은근 뼈 때림. 생활정보 보러 들어갔는데 타임라인이 이념 배틀장 되면 피로도 바로 만렙 찍음. 중고거래 찾다가 댓글창 UFC 만나고, 맛집 정보 보다가 선동글 먹으면 인터넷 하루치 영양소가 다 꼬여버림. 커뮤는 청소 타이밍 놓치면 금방 막장도 컨텐츠인 척 굴러가는 듯함.
댓글 반응도 재밌었음. 아직 정치글 많이 보이는데, 글쓴 사람이 차단을 많이 해놔서 덜 보이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었어. 또 다른 쪽은 운영진도 이제 슬슬 분위기 이상한 거 느끼고 불 끄는 시늉 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제대로 하려면 공지부터 박고 정치 선동글이나 종교 비방글은 확실히 쳐내야 한다는 쪽이었음. 반대로 정치글 자체는 괜찮고, 그냥 차단 기능만 있으면 각자 필터링하고 살 수 있지 않겠냐는 반응도 있었어. 페북 그룹 구조상 정치 얘기를 따로 격리하기 어렵다는 말도 붙었고.
한 번 쓸었다고 끝날 일은 아닌 느낌이더라. 규칙이 흐리면 이런 글은 좀비처럼 다시 리스폰함. 동네 커뮤는 동네 커뮤답게 굴러가야지, 들어갈 때마다 댓글배틀 로비 열리면 사람들 조용히 발길 끊는 거 순식간임. 빗자루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표지판 세울 타이밍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