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불가. 징계 리셋. 투표용지 부족. 이쯤 되면 선관위에 무적버프 누가 준 거냐 싶습니다.
최근에 선관위 관련 글 하나 봤는데, 읽다가 뇌에 로딩바 떴습니다. 법원이 또 선관위 손을 들어줬고, 채용 비리로 징계받았던 직원이 판결로 살아났다고 하더라고요. 이유가 더 띠용입니다. 감사원이 애초에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 자체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게 갑자기 튀어나온 말도 아니었습니다. 작년 2월에 헌재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하는 건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고 합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니까 대통령 소속 감사원이 손대면 안 된다는 논리였고요. 그 뒤로 감사원 조사로 채용 비리가 드러나 징계받았던 사람들은 법원 가서 징계 취소를 하나둘 받아내는 중이라고 합니다.

포인트는 "비리가 없었다"가 아니라 "감사한 주체가 권한이 없었다"입니다. 감사원은 이미 비리 연루자 32명에게 징계나 조치를 요구했는데, 감사 자체가 헌법 위반이면 그 처분도 줄줄이 무효가 되는 그림인 거죠. 헌재는 독립성을 지키라 하고, 법원은 권한 없으니 징계 무효라 하고, 선관위는 자체 감사면 충분하다고 하니, 결국 누가 실제로 들여다보느냐가 공중분해된 상태입니다.

더 답답한 건 실수도 이미 크게 났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때 서울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서 몇 시간씩 투표가 멈췄다고 하더라고요. 선관위가 유권자 수 절반만 인쇄하라는 지침으로 바꿨는데, 그마저 배분을 잘못해서 터진 일이라니까, 채용도 삐끗하고 투표 관리도 삐끗하면 신뢰도 게이지가 남아날 리가 없죠.

물론 1987년에 선관위를 독립기관으로 만든 이유는 분명합니다. 예전 권위주의 정권이 선거를 조작하던 트라우마 때문에, 행정부가 함부로 못 건드리게 하자는 취지였죠. 그 취지가 "선거 중립성 보호"를 넘어 "채용, 인사, 예산은 아무도 보지 마"로 번역되는 순간부터는 독립이 아니라 성역입니다. 독립성은 방패여야지, 무적버프면 안 되잖아요.

댓글도 거의 불판이었습니다. 축구협회 뒤집는 것보다 선관위를 갈아엎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반응이 있었고, 독립성은 유지하되 불법을 처벌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반대로 여야 할 것 없이 다 문제 삼고 있으니 당장 성역 취급으로 단정하기보다, 실제로 어떻게 손보는지 경과를 보자는 비교적 차분한 반응도 보였고요.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이더라고요. 선관위 독립성은 어디까지가 정당하고, 어디부터가 성역이냐는 겁니다. 선거를 믿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믿을 수 있게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 구조는 너무 "믿어주세요.exe" 느낌입니다. 이대로면 선거철마다 음모론 부스터팩이 자동 지급될 테니, 중립성은 지키고 내부 운영은 제대로 감시하는 별도 장치부터 패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ㅈㄴㄴ •523
댓글 5
독립기관이랑 면책기관은 다른데 지금은 경계선이 너무 흐려진 것 같네요. "감사 불가"가 신뢰를 깎아먹는 건 맞습니다
ㄴㄱ •
감사원을 바로 붙이는 것도 좀 위험하죠. 정권이 선관위 흔들 카드로 쓰면 그건 또 다른 재앙이라, 별도 감시기구 만드는 게 맞다고 봅니다
ㅁㄱ •
    
감사원 걱정하는 거 보면 감시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감시하는 손이 정권 손이라 싫은 거네요. 결국 독립기관 얘기가 아니라 누가 열쇠 쥐냐 싸움 같기도 하고
ㄴㅋㄴㄴ •
    
결국 감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리모컨을 누가 쥐냐 싸움이라는 거네. 성역 만들자는 게 아니라 중립인 심판 하나 세우자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게 웃픈 지점이지
ㅋㅁㅁ •
축협은 예고편이고 이건 본편 같음. 나라 운영 패치노트 좀 올려주세요 진짜
ㄱ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