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이라 남는 시간에 영어나 좀 늘려볼까 하고 근처 커뮤니티 센터 ESL 클래스에 등록했거든. 2년 살았으면 이제 좀 컸겠지 하는 근자감으로.
등록 첫날, 레벨 테스트를 봤는데 선생님이 내 답안지를 보더니 아주 인자한 미소를 짓더라. 그 미소의 뜻을 나는 나중에 알았지. 초급반 배정. 아니 나 여기서 2년 버틴 사람인데. 스타벅스에서 라떼도 시켜먹고 병원 예약도 혼자 하는데.
근데 첫 수업 들어가보니 알겠더라. 내가 그동안 쓴 영어는 그냥 생존형 문장 열 개 돌려막기였던 거야. 손짓 발짓 포함해서. 옆자리 브라질 아주머니랑 눈빛으로 위로 주고받으면서 앉아있었네.
집에 오니 고양이가 왜 이제 왔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얘한테는 영어로 말 안 걸어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부터 다시 겸손하게 ABC부터 시작하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