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일찍 마치고 남편과 버퀴틀람 도서관에 갔습니다. 렌트비 아끼는 중이라 요즘 문화생활 예산은 거의 숨만 쉬는 수준이거든요. 무료 영화 상영이 있다길래 의자부터 야무지게 잡았습니다.
그런데 시작 직전에 제가 가져온 안경이 돋보기가 아니라 남편 운전용 안경이었습니다. 화면은 흐리고 자막은 두 겹이라 예술성이 갑자기 두 배가 됐네요. 남편은 옆에서 조용히 웃고, 저는 아는 척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10년 살아도 영어 영화 앞에서는 표정 연기가 늘더라고요.
밖으로 나오니 흐린 저녁에 15도라 제 기분과 온도가 단체로 절전 모드였습니다. 그래도 돈 한 푼 안 쓰고 둘이 웃었으니 오늘의 여가는 성공으로 치겠습니다. 현타도 무료, 추억도 무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