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밴쿠버 메모리얼 도서관 2층, 창가 긴 테이블 구석에 노트북 펴고 앉아 있었어. 오전 10시 16분쯤 이력서를 고치는데 옆자리 캐나다인 여자가 갑자기 내 화면을 보더니 커버레터 쓰냐고 묻는 거야. 순간 개인정보 보호 모드 발동해서 화면 밝기부터 줄일 뻔했지.
알고 보니 그 친구도 졸업한 취준생이었어. 서로 문장 하나씩 봐주기로 했는데, 내가 쓴 humble이 너무 많다며 캐나다에서는 실력 자랑도 적당히 해야 한다더라. 한국식 겸손을 장착했더니 채용 담당자 눈에는 능력치 숨긴 캐릭터였던 셈.
끝나고 근처 카페에서 얘기하다가 같은 처지인 사람 둘을 더 불러 작은 취업 준비 모임을 만들었어. 캐나다 산 지 4년인데 동네 친구가 이렇게 생길 줄이야. 다음 주에는 모의 면접도 하기로 했어. 취업은 아직 로딩 중이지만 인맥 창은 슬슬 열리는 느낌이라 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