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주머니에서 주문 메모를 꺼내 침대 위에 펼쳤어. 오늘 피트 메도우즈 한인식당에서 처음으로 전화 주문을 혼자 받았거든. 캐나다 온 지 6개월인데 영어 전화만 울리면 심장이 먼저 퇴근했었음.
첫 손님이 치킨을 묻길래 자신 있게 안내했는데, 소스를 묻는 말을 사이즈로 알아듣고 대자를 추천해버렸어. 잠깐 정적 흐르더니 손님이 웃으면서 천천히 다시 말해줌. 옆에서 사장님도 입 가리고 웃는데 민망함보다 알아들은 게 더 신기하더라.
퇴근 후 친구한테 재연해줬더니 이제 매출 담당이냐고 놀림. 그래도 다음 주부터 전화 주문을 더 맡겨보신대. 밤 9시 38분인데 괜히 대본까지 만들고 있음. 내 영어도 드디어 시급값 하는 날이 오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