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반쯤 내리다 말고 앞치마째로 튀어나왔습니다. 오늘 랭리 공원에서 야외 영화 상영을 한다는 전단지를 낮에 봐뒀거든요. 남편은 접이식 의자 두 개, 저는 담요 한 장 안고 잔디밭으로 돌진했지요.
자리를 딱 폈는데 앞에 앉은 젊은 커플이 어찌나 다정한지, 저희 부부는 서로 쳐다보다 그냥 담요만 여몄습니다. 로맨스는 스크린으로 충분하다는 눈빛 교환이었달까요.
영화는 무슨 내용인지 반은 놓쳤어요. 옆자리 캐나다 할머니가 팝콘을 나눠주시면서 자꾸 말을 거시는데, 제 영어는 5년 차치고 여전히 자막이 필요한 수준이라. 그래도 손짓 발짓에 웃음까지 얹으니 대화가 되긴 되더라고요.
흐린 하늘이라 별은 없었지만, 담요 속에서 남편 어깨에 기대 보는 밤공기가 딱 좋았습니다. 장사 접고 나온 두 시간, 이게 사는 맛이지 싶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