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퀴틀람 룸메 덕에 알게 된 순두부 성지
오늘 수업 세 탕 뛰고 집 오는 길에 룸메한테 카톡 왔어. "나 오늘 순두부 먹을 건데 같이 갈래?" 나는 당연히 노스로드 그 유명한 데 말하는 줄 알았지. 근데 얘가 데려간 곳은 버퀴틀람 쪽 상가 구석, 간판 불도 반쯤 나간 작은 가게였어.

솔직히 문 열기 전까지 의심 백만 개 했다. 근데 들어가자마자 그 익숙한 냄새. 아줌마가 "학생, 매운 거 되나?" 물어보시는데 순간 한국 어디 동네 분식집 순간이동한 기분이었어. 뚝배기 보글보글 올라오고, 계란 톡 깨서 넣고, 김치는 리필 그냥 알아서 주시고.

흐리고 축축한 날씨에 국물 한 숟갈 넣었더니 하루 종일 아이들한테 "Past tense 세 번째야" 외치던 내 영혼이 스르륵 회복됐어. 캐나다 1년 차, 여전히 향수병 앓는 나에게 이건 그냥 밥이 아니라 처방약이었지.

룸메가 계산하면서 그러더라. "이래야 네가 다음 주에 설거지 하겠지." 알고 보니 그게 목적이었더라. 그래도 뭐, 순두부 한 그릇에 매수당한 인생 나쁘지 않아. 다음엔 내가 살 거야, 물론 설거지는 걔가 하는 조건으로.
ㅁㅁㅋㅁ •520
댓글 5
간판 반쯤 나간 가게가 진짜 실력파인 거 아시죠. 위치 살짝만 힌트 주세요, 저 이번 주말에 순두부 순례 갑니다
ㅋㅋ •
설거지 값으로 순두부 한 그릇이면 룸메가 협상 천재네ㅋㅋㅋ 나도 그런 룸메 영입하고 싶다
ㄴㅅ •
1년 차면 그 국물 한 숟갈에 눈물 찔끔 나올 시기 맞아요. 저는 3년째인데 아직도 그래요. 김치 알아서 리필해주시는 곳은 무조건 단골 확정입니다
ㅂㅋ •
    
3년째도 그러시면 향수병은 완치가 아니라 김치 리필로 관리하는 만성질환인가 보네요?
ㅌㅌㅌㅈ •
    
맞아, 완치는 입국할 때 두고 왔고 여기선 김치로 증상만 눌러 사는 거지
ㅈㅇㅇ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