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 세 탕 뛰고 집 오는 길에 룸메한테 카톡 왔어. "나 오늘 순두부 먹을 건데 같이 갈래?" 나는 당연히 노스로드 그 유명한 데 말하는 줄 알았지. 근데 얘가 데려간 곳은 버퀴틀람 쪽 상가 구석, 간판 불도 반쯤 나간 작은 가게였어.
솔직히 문 열기 전까지 의심 백만 개 했다. 근데 들어가자마자 그 익숙한 냄새. 아줌마가 "학생, 매운 거 되나?" 물어보시는데 순간 한국 어디 동네 분식집 순간이동한 기분이었어. 뚝배기 보글보글 올라오고, 계란 톡 깨서 넣고, 김치는 리필 그냥 알아서 주시고.
흐리고 축축한 날씨에 국물 한 숟갈 넣었더니 하루 종일 아이들한테 "Past tense 세 번째야" 외치던 내 영혼이 스르륵 회복됐어. 캐나다 1년 차, 여전히 향수병 앓는 나에게 이건 그냥 밥이 아니라 처방약이었지.
룸메가 계산하면서 그러더라. "이래야 네가 다음 주에 설거지 하겠지." 알고 보니 그게 목적이었더라. 그래도 뭐, 순두부 한 그릇에 매수당한 인생 나쁘지 않아. 다음엔 내가 살 거야, 물론 설거지는 걔가 하는 조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