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솔 접어놨어?" 어젯밤 잠들기 전에 남편이 물었는데 내가 자신있게 응 그랬거든. 안 접어놨더라고.
새벽 세시 반에 눈이 번쩍 떠졌어. 비 많이 온다는 예보가 머릿속에서 알람처럼 울리는데 어떡해. 잠옷에 크록스만 신고 1층 가게 앞으로 내려갔지. 딸기 무늬 잠옷에 머리는 사자 갈기, 손에는 쿠션 세 개 껴안고 낑낑.
그런데 하늘은 그냥 흐리기만 하고 비는 감감무소식. 얼굴에 물방울 톡 떨어져서 아 드디어 왔구나 했는데 그거 어닝에 맺힌 이슬이었어. 안개는 로히드 몰 쪽까지 자욱하고, 16도라는데 반팔 팔뚝에 소름이 쫙. 캐나다 1년차라 여기 새벽 여름 안개가 이렇게 축축한 건지 몰랐거든.
하필 그때 길 건너 청소하시던 아저씨가 굿모닝 하면서 손 흔드시는 거야. 나는 쿠션에 얼굴 반쯤 묻고 고개만 꾸벅. 부끄러워서 커피 한 잔 드릴게요 소리도 못 했어.
지금 원두 갈면서 이 글 쓰는데 창밖은 여전히 안개만. 비 안 오면 나 저 파라솔 다시 펴러 내려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