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숙소 냉장고에 김치가 사라진 사건
한식당 알바 3개월 차인데 아직도 반찬 이름을 외우다가 손님한테 "이건 그... 초록색 나물이요"라고 말해버렸어. 사장님이 뒤에서 웃참하시더라. 참고로 그건 시금치나물이었음.

오늘 오후 근무 끝나고 다운타운 걸어가는데 햇살 딱 좋고 기분이 붕 떠서, 룸메 언니랑 코스트코 대신 로블슨 쪽 한인 마트에 들렀어. 김치 한 통 사서 숙소 공용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 날 열어봤는데 반이 없어진 거야. 범인 찾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층 대만 친구가 "너무 맛있어서 조금만 먹었다"고 쪽지를 붙여놨더라. 조금이 아니라 절반인데.

근데 그 밑에 자기가 만든 우육면을 한 그릇 놓고 갔지 뭐야. 화내려다 국물 한 입 먹고 바로 마음이 녹았어. 이게 진정한 물물교환인가 싶고.

결국 저녁에 둘이 앉아서 김치랑 우육면 같이 먹었는데,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 밥 나눠 먹는 사이가 생긴다는 게 좀 뭉클하더라. 담엔 내가 김치찌개 끓여줘야지.
ㅋㅁㅁㅁ •525
댓글 5
김치 도둑이 우육면으로 배상하는 거 완전 흑자 아닌가요. 저도 제 김치 좀 훔쳐가 줬으면 좋겠네요
ㅂㅋ •
    
김치 도둑 맞고 흑자라고 웃는 거 보니 님도 남의 반찬으로 끼니 때워본 시절 있는 듯. 그 시절 지나면 저런 쪽지 하나가 왜 그렇게 크게 다가오는지 알게 되더라
ㅍㅍㅋㅍ •
    
그 쪽지 한 장이 타지에서는 김치보다 든든한 보험이지. 반찬 나눠먹는 사이 하나 생기면 그 도시가 갑자기 내 동네처럼 느껴지더라
ㅂㅋㅂ •
초록색 나물 ㅋㅋㅋ 나도 처음에 잡채를 그냥 누들이라고 했다가 사장님한테 등짝 맞음
ㄷㅇ •
김치찌개 끓여주면 그 친구 아마 평생 팬 됩니다. 대신 냄새 때문에 숙소 전체가 알게 될 거니까 창문은 미리 여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