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 알바 3개월 차인데 아직도 반찬 이름을 외우다가 손님한테 "이건 그... 초록색 나물이요"라고 말해버렸어. 사장님이 뒤에서 웃참하시더라. 참고로 그건 시금치나물이었음.
오늘 오후 근무 끝나고 다운타운 걸어가는데 햇살 딱 좋고 기분이 붕 떠서, 룸메 언니랑 코스트코 대신 로블슨 쪽 한인 마트에 들렀어. 김치 한 통 사서 숙소 공용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 날 열어봤는데 반이 없어진 거야. 범인 찾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층 대만 친구가 "너무 맛있어서 조금만 먹었다"고 쪽지를 붙여놨더라. 조금이 아니라 절반인데.
근데 그 밑에 자기가 만든 우육면을 한 그릇 놓고 갔지 뭐야. 화내려다 국물 한 입 먹고 바로 마음이 녹았어. 이게 진정한 물물교환인가 싶고.
결국 저녁에 둘이 앉아서 김치랑 우육면 같이 먹었는데,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 밥 나눠 먹는 사이가 생긴다는 게 좀 뭉클하더라. 담엔 내가 김치찌개 끓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