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쿵쿵거림의 정체를 알아냈는데 좀 부끄럽다
코퀴틀람 아파트 1층, 관리사무소 문 앞 복도. 형광등 하나가 자꾸 깜빡거리는데 내 눈도 같이 깜빡거렸어.

캐나다 온 지 딱 1년, 지난주에 큰맘 먹고 매니저한테 메일을 썼거든. 밤마다 위층에서 쿵쿵 소리가 난다고. 번역기 세 번 돌리고 정중한 표현 찾아가며 쓴 역작이었지. 오늘 답장이 왔는데 윗집은 두 달째 비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밤에 불 끄고 앉아 소리를 기다렸어. 쿵. 냉장고 위에서 우리 고양이가 착지하는 소리였다. 층간소음 유발자를 내 손으로 먹여 키우고 있었던 거야. 심지어 츄르까지 주면서.

아까 내려가서 사과했어. 귀 빨개진 상태로 "It was my cat, sorry"만 세 번 반복. 매니저는 웃으면서 사진 보여달라더라. 결국 고양이 얘기로 십 분을 떠들다 올라왔다.

집에 오니 그 녀석 또 냉장고 위에 앉아 있음. 이번엔 내가 조용히 내려왔어.
ㄴㄴㅋ •521
댓글 5
메일 번역기 세 번 돌린 정성이 눈물나네요. 그 열정이 냉장고 위로 향했다는 게 반전이고요
ㅂㄴ •
우리집도 위층 공사하나 했는데 우리 고양이가 화장실 모래 파는 소리였음. 집사 세계 공통 미스터리인가 봄
ㅍㅋ •
매니저가 사진 보여달라고 한 거 보면 그쪽도 집사일 확률 90퍼센트입니다. 다음에 수리 요청하면 빨리 와줄 듯
?? •
    
사진부터 찾는 걸 보니 매니저도 민원 처리보다 고양이 영접이 본업이었던 걸까요?
ㅈㅊㅊ •
    
그니까, 여기 매니저실은 민원창구가 아니라 캣카페 접수처였던 거지. 이민 1년차가 배운 거 하나, 츄르 인맥이 서류보다 빠르더라
ㅋ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