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치과에서 주6일 갈아 넣었는데, 쉬는 날 날아온 팀워크 이메일 한 통에 멘탈이 로그아웃됐대.
같은 치과에서 5년 넘게 일한 사람이 쉬는 날 고용주한테 이메일을 받았대. 직원들끼리 늘 웃으면서 서로 도와왔고 본인도 화장실까지 참아가며 열심히 일했다고 함. 그런데 현장에 같이 있지도 않는 고용주가 갑자기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다른 팀원을 도울 일이 있는지 살펴봐라. 그래야 업무도 원활하고 팀워크도 강화된다”는 취지로 메일을 보낸 거야. 첫 문장부터 “마이크로매니징은 싫지만”이라는데, 이거 거의 “기분 나쁘게 듣진 마” 다음에 기분 나쁜 말 나오는 공식 아님?

메일 자체만 보면 정중한 회사어 번역기 수준이긴 해. 그런데 몇 년 동안 아무 문제 없다가 갑자기 저런 메일이 날아오니 코워커 누군가가 뒤에서 한마디 올린 것 같아 더 속상했던 거지 (고용주는 현장에서 같이 일하지도 않음). 열심히 한 건 알아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졸지에 팀워크 부족 캐릭터가 된 느낌이었나 봄. 21살 때부터 치과에서 주6일로 일해온 사람이라는데 현타가 아주 풀악셀로 온 거야.

다음 날이면 또 같은 코워커들 얼굴을 봐야 하니까 다 밉고 하루 종일 슬펐대. 마음 같아서는 새 직장 알아보고 싶지만, 쓴소리 한 번에 무너지는 자신도 속상해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어떻게 버티는지 조언을 구했더라. 근데 이건 쓴소리에 약한 게 아니라 5년 치 신뢰가 이메일 한 통으로 갑자기 감사 대상이 된 기분이라 그런 듯. 사람 멘탈은 업무량보다 “누가 내 뒤에서 뭐라 했나”라는 상상에서 더 빠르게 녹음.

댓글은 한 시간 사이에 줄줄이 달렸는데 제공된 화면에는 내용 없이 작성 시간만 남아 있더라 (반응 상세는 증발함). 그래도 1시간 내 댓글이 열여덟 개 가까이 붙은 걸 보면 다들 직장 단톡방의 보이지 않는 정치에 한 번씩 데여본 모양임. 이럴 때 바로 퇴사 버튼 누르기보다 메일에 차분하게 답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건지 물어보라는 흐름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임. 억울한데 사례도 모른 채 혼자 반성문 시즌2 찍을 필요는 없으니까.

결국 저 메일은 해고 예고장까지는 아니고, 누군가 흘린 애매한 불만을 고용주가 기업어로 포장해 전달한 느낌이 강해. 다만 쉬는 날까지 직원 머릿속에 무료로 입주한 순간 이미 이메일의 정신적 야근 수당은 발생함. 내일 출근해서 평소처럼 일하되 괜히 코워커들 표정 하나하나 FBI 분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화장실 참지 말자.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방광은 퇴사하면 재고용이 안 됨.
ㅈㅇㅇ •527
댓글 5
“마이크로매니징은 싫지만”에서 이미 마이크로매니징 출근 도장 찍었네요. 구체적인 사례 요청하고 기록 남기세요
ㅈㅈ •
메일만 보면 엄청 공격적인 내용은 아닌데 너무 코워커 뒷담으로 확정한 건 아닐 수도 있어. 고용주가 전체적으로 돌려 말한 걸 개인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봐야 함
ㄴㄴ •
    
이렇게 담담하게 보는 거 보니 님도 예전에 비슷한 메일 받고 오버해석했다가 데인 적 있는 거 아님ㅋㅋ 그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 같은데
ㅋㅌㅌ •
    
그 추리 정확도 무섭다ㅋㅋ 나도 초반엔 저런 메일 하나에 밤새 유서 썼는데, 몇 번 데이고 나니까 그냥 회사어 자동번역기 소리로 들리더라
ㅋㅁㅁㅁ •
화장실까지 참은 순간 회사 충성도가 아니라 방광이 성과평가 받는 중임. 일은 열심히 하되 몸까지 KPI로 제출하지 맙시다
ㅅ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