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센터에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쓰는 축구장이 있는데, 주변 가족들이 아이들 데리고 저녁에 모였다고 합니다. 먼저 사용하던 그룹에게 같이 해도 되냐고 물었지만 싫다고 해서 밖에서 30분을 기다렸고요. 그 그룹이 떠난 뒤에야 필드에 들어가 아이들이 공을 차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캐나다식 평화로운 저녁 그 자체였죠.
그런데 일본인 코치가 12~13살쯤 되는 일본계 아이들 열댓 명을 데리고 슬그머니 들어왔답니다. 아이들은 거의 다 일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들어오자마자 자기들끼리 공을 차기 시작했고요. 부모들이 여기는 우리도 30분 기다려서 들어온 곳이니 코칭 세션을 하려면 다른 곳으로 가거나 순서를 기다려 달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코치가 여기는 공공장소고, 굳이 물어보고 기다린 건 당신들 잘못이니 자기들은 필드를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네요. 공유라고 쓰고 점령이라고 읽는 신개념 축구 전술 등장함.
그 뒤 코치와 아이들은 양쪽 골대를 바라보는 필드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점점 영역을 넓혔답니다. 남편분이 다시 항의하자 코치뿐 아니라 남자아이들까지 몰려와 여기가 너희 땅이냐며 영어와 일본어로 stupid 같은 말을 쏟아냈고요. 결국 양쪽 부모들까지 전부 나서서 큰소리로 싸우는 상황이 됐는데, 그 팀은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한 시간짜리 세션을 다 하고 갔다고 합니다. 축구 수업인지 민폐 실전 압박 훈련인지 구분이 안 됨.
더 황당한 건 코치가 일본계 부모들에게는 필드를 돈 주고 예약했으며, 오히려 상대 가족들이 나중에 들어와 소란을 피웠다고 설명했다는 부분입니다. 장소 예약비는 아끼고 수업료는 받고 싶었던 건지, 상대 아이들이 더 어리니 버티면 밀어낼 수 있다고 본 모양입니다. 부모들 앞에서는 예약 완료, 현장에서는 공공장소 공유, 상황에 따라 세계관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코치네요. 아이들까지 어른에게 몰려가 욕하게 놔뒀다면 축구 기술보다 먼저 가르친 게 대체 뭔가 싶습니다.
업체 이름은 Sp**kl* soccer academy라고 합니다. 댓글 반응도 코치가 유료 수업을 하면서 공공 필드를 저런 식으로 차지한 게 맞다면 타운센터에 정식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쪽이었고요. 부모들에게 예약했다고 거짓말한 부분은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단체로 어른에게 욕한 장면이 제일 충격적이라는 말도 있었고요.
선착순 공간에서 먼저 기다린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순간부터 이미 레드카드감입니다. 거기에 거짓말과 단체 압박까지 얹었으니 민폐 해트트릭 완성이고요. 이런 식으로 계속 운영하면 언젠가는 영상까지 찍혀 제대로 오프사이드 판정 받을 듯합니다. 다음부터는 말싸움만 하지 말고 현장 영상과 시간대를 남겨 시설 관리 측에 바로 접수하는 게 답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