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고등학생 아들 친구들이 집에 무단침입했다는 글로 댓글이 폭발했었는데, 그 집 부모님이 진행상황 후속글을 올리셨습니다. 일단 제일 걱정했던 학폭 이슈는 아니었다고 해요. 아들이랑 진지하게 앉아서 얘기했는데 바로 전날까지도 동생들 데리고 다 같이 낚시 다니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진짜 그냥 절친 그룹이었던 거임)
발단은 낚시도구였어요. 장비가 무겁고 젖어 있어서 이 집에 맡겨두고 갔는데, 다음날 저녁에 갑자기 돌려달라고 했다네요. 아들은 그날 컨디션도 안 좋고 다 귀찮아서 뒹굴거리던 중이라 지금은 사정상 못 준다, 다음에 와라, 나 집에 없다, 큰 건 뒷마당에 있으니 그것만 들고 가라 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흔한 십대 귀차니즘)
근데 그 애들이 갑자기 집으로 찾아와서 앞문 뒷문 다 두드리고 데크를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두 명이 신발 신은 채로 뒷문으로 그냥 들어와버렸답니다. 그걸 본 아들은 자기를 무시했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혀서 태권도 유단자답게 한 명을 초킹으로 제압했고, 그래도 친구니까 살살 잡고 있었는데 나머지 둘이 반격해서 대형 몸싸움으로 번졌다고 해요. 그러면서 작은 낚시부품 왜 안 주냐고 욕하면서 집안을 다 뒤졌고, 옆에 있던 어린 동생들한테 니 형은 도둑이다, 한 번만 더 하면 가만 안 둔다고 협박까지 했다는 걸 꼬맹이들이 나중에 알려줬대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CCTV에 고스란히 다 녹화됐습니다.
그쪽 부모들한테도 다 알렸는데, 답장이 너희 아들과 내 아들 말이 다르다, 침입한 것만은 미안하다 이런 톤이었다고 해요. 심지어 왜 물건을 안 돌려줬냐, 오히려 너희 아들이 먼저 공격해서 그렇게 된 거다 이렇게 나왔다네요. 제일 소름이었던 건 그 애들 중 한 명의 엄마가 차로 애들을 이 집 앞에 내려주는 게 카메라에 찍혀 있었다는 거. (알고 있었다는 뜻이죠. 원정대 셔틀 운행하신 셈)
수백 번 고민하다가 결국 어제 아들이 직접 RCMP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이유가 좀 뭉클했어요. 셋이 친형제처럼 몰려다니고 술담배 여자 그런 거 전혀 없이 만나면 용접해서 뭐 만들어 팔고 낚시 다니는 건전한 애들인데, 그중 덩치 큰 한 녀석이 요즘 좀 bossy해지고 가끔 눈이 돌아가는 것 같아서 위험하게 크는 것 같다고. 이번 일로 더 나빠지지 않게 정신 차리게 하려고 자기가 신고하는 거라고 했대요.
근데 그러면서도 아들이 무서웠다고 합니다. 물건 바로 안 돌려준 게 죄가 될까 봐, 들어온 애를 먼저 초킹한 게 죄가 될까 봐. 경찰이 어떤 charge를 원하냐고 물으니까 자기 포함해서 각자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고 싶고, 자기한테 와서 포멀한 사과만 하면 된다고, 그래도 계속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전해달랬대요. 오늘 아침에 경찰이 와서 인터뷰하고 증거 보고 그 애들 만나러 갔다고 하네요. 하루가 참 길다는 마지막 문장에서 그 집 분위기가 다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열여덟쯤 애가 이 판단을 했다는 게 좀 대단합니다. 친구 인생 망치려고 신고한 게 아니라 브레이크 걸어주려고 신고한 거잖아요. 낚시부품 안 준 게 잘한 건 아니지만, 그게 신발 신고 남의 집 뒷문 열고 들어와도 되는 이용권은 아니죠. 게다가 어린 동생들 붙잡고 니 형은 도둑이라고 협박한 건 선을 아예 넘어버린 거고요. 무엇보다 애들을 집 앞까지 태워다 준 그 어머님, 그 부분이 제일 할 말 없게 만드네요. (자녀 원정 픽업 서비스는 처음 봄)
댓글도 진행상황 올라온 지 몇 십 분 만에 계속 붙고 있었어요. 아들 진짜 잘 키웠다고 감탄하는 반응, 증거 영상 절대 지우지 말고 백업 여러 개 떠두라는 현실 조언, 그리고 상대 부모가 말 바꾸기 시작한 거 보면 나중에 태세 전환할 수 있으니 모든 연락을 문서로 남기라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 사건 결말은 결국 그쪽 부모들이 어떻게 나오냐에 달린 것 같아요. 애들끼리는 포멀한 사과 한 번이면 다시 낚시 갈 사이인데, 어른들이 내 아들 말은 다르다 이러고 버티면 우정이 거기서 끊기는 거죠. 그리고 그 덩치 큰 친구, 지금 RCMP한테 한 소리 듣는 게 인생에서 제일 싼 학습비일 겁니다. (몇 년 뒤에 진짜 고맙다고 할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