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끝나면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다과 먹고 이야기하는 친교시간이 있잖아. 그런데 이 교회는 친교시간 시작과 동시에 남자들은 한쪽, 여자들은 반대쪽으로 자동 분리된대. 누가 지정석 팻말을 세운 것도 아닌데 몸이 알아서 갈라지는 수준이라 함. 친교가 아니라 남녀 분반 수업 열린 줄.
글쓴이도 처음 갔을 때 아내 옆에 자연스럽게 앉으려다가 강제 이산가족 엔딩을 맞았대. 오래 다닌 연세 있는 교인들이 많아서 예전부터 굳어진 문화 같다고 함. 새로 온 부부나 가족은 영문도 모르고 앉았다가 눈치게임 1라운드 시작될 분위기. 같이 온 가족이 왜 간식 먹는 순간 헤어져야 하는지 좀 황당하긴 하다.
목사님한테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선시대냐, 목사님이 이렇게 만든 거냐고 물어봤는데 본인은 전혀 아니라고 하셨대. 즉 지시한 사람은 없는데 시스템만 살아 있는 교회판 미스터리임. 글쓴이도 관행을 바꾸겠다고 총대 멜 생각까지는 없다는데, 볼 때마다 여기가 친교시간인지 남탕·여탕 대기실인지 헷갈린다고. 이 정도면 친교가 아니라 성별 서버 분리 운영 아님? ㅋㅋ
친교시간이면 부부든 가족이든 대화하고 싶은 사람 옆에 편하게 앉는 게 맞지. 오래된 문화라는 이유만으로 처음 온 사람까지 눈치 보게 만드는 건 전통이 아니라 업데이트 안 된 운영체제에 가깝다. 자리 하나 자유롭게 앉는다고 교회 질서가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조선 패치 유지할 필요가 있나 싶음.
그런데 제공된 댓글에는 내용 없이 ‘3h’, ‘2h’ 같은 작성 시간만 남아 있어서 실제 의견은 확인할 수 없었어. 댓글창마저 남녀 따로 앉느라 의견 적는 걸 깜빡한 건가 싶을 정도. 반응 내용은 없지만 이 풍경을 본 사람들은 ‘우리 교회도 그렇다’와 ‘요즘 세상에 왜 그러냐’로 갈릴 듯함.
결국 누가 규칙을 만든 것도 아니라면 한두 부부가 그냥 같이 앉기 시작하는 순간 의외로 허무하게 풀릴 수도 있어. 다들 관행을 지키는 게 아니라 남들이 지키니까 따라가는 중일 가능성이 큼. 다음 친교시간에 부부 한 팀만 합석해도 교회판 베를린 장벽 철거 시작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