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에 사는 사람이 이번에 처음으로 밴쿠버를 일주일 여행하고 쓴 글 봤는데 읽다가 좀 웃겼어. 처음엔 뻔한 미국 도시 하나 더 보는 느낌이겠지 했는데 와서 보니까 결이 아예 달랐대. 일단 도시가 너무 이뻤다고.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 떡하니 있는 그 구도에 감탄했나봄. 그리고 사람들한테서 뭔가 여유가 느껴진다고 하더라.
근데 진짜 놀란 포인트는 따로 있었어. 이민자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백인이 소수민족처럼 보일 정도였다는 거야. 거기다 3D 직종에 인도랑 중동계 이민자들이 많은 것도 신기했대. 본인 동네에서는 인도 사람들이 고연봉 직군에 포진해 있어서 그 갭이 더 크게 느껴졌나봄.
휘슬러도 갔는데 거기는 또 완전 다른 세계였다고. 백인이 확 많아지는데 그 사람들이 쓰는 영어가 미국식이 아니라 프랑스랑 영국이 오묘하게 섞인 억양이었다는 거지. 그래서 글 마지막에 '제가 본 게 다 맞는 건가요' 하고 물어보더라.
일주일 만에 이 정도 캐치한 거면 관찰력 상위 1퍼 아님? 보통 여행 가면 스탠리파크 자전거 타고 개스타운 시계 사진 찍고 끝인데 인구 구성이랑 억양까지 스캔하고 감. 특히 휘슬러 억양 잡아낸 건 진짜 인정이야. 워홀러랑 시즈널 워커가 호주 영국 유럽에서 다 몰려오는 동네라 거기 영어는 미국 영어랑 애초에 출발점이 다르지. 여기 몇 년 산 사람도 그냥 '아 여기 사람들 말투 좀 다르네' 하고 넘어가는데 일주일 온 사람이 프랑스+영국 믹스라고 짚은 건 귀가 좋은 거임.
댓글도 바로 달렸어. 다 맞게 보고 가셨다고, 여기는 이민자가 도시를 굴리는 구조라 그게 정상이라는 반응이 많더라. 캐나다 영어가 원래 영국식 철자를 쓰니까 미국 동부에서 오면 그 차이가 훨씬 크게 들린다는 설명도 있었고. 반대로 일주일 관광객 눈에 보이는 여유는 살아보면 다르다는 현실 얘기도 나왔어. 렌트비랑 물가 보고 오면 그 여유가 어디서 오는 건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톤으로.
결국 여행자 눈에 비친 밴쿠버랑 사는 사람 눈에 보이는 밴쿠버는 다를 수밖에 없긴 해. 근데 그렇다고 저 사람이 본 게 틀린 것도 아니야. 바다랑 산 붙어있는 거 진짜고, 이민자가 이 도시 굴러가게 하는 것도 진짜니까. 여기 오래 살면 그 풍경이 그냥 배경화면 되면서 안 보이게 되는 거지. 가끔은 이런 외지인 후기 읽는 게 내가 사는 데를 다시 보게 만드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