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40분에 현관문 앞에서 종이봉투 하나를 발견했어. 열어보니까 블루베리가 한 가득. 뒷집 린다 할머니네 마당에서 딴 거였음.
사실 두 달 전에 그 할머니가 우리 집 앞에 서서 리사이클링 통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하셨거든. 나랑 룸메는 '아 우리 분리수거 잘못했나' 하고 3일 동안 병뚜껑까지 검열했었음. 근데 알고 보니 통을 좀 옆으로 밀어주면 자기 손자 자전거가 지나간다는 얘기였어. 5년 살았는데 아직도 청해력이 이 모양이야.
그 후로 인사 몇 번 하다가 내가 튜터라고 했더니 손자 수학 좀 봐달라 하셔서 두 번 봐줬는데, 그 대가가 이렇게 블루베리로 돌아왔네. 메이플 릿지 물가에 이거 사려면 최소 8불인데.
지금 새벽 1시, 수업 자료 만들다가 블루베리 한 알씩 집어먹는 중. 이불 밖은 좀 서늘한데 마음은 왜 이렇게 뜨끈하지. 이래서 이 동네 못 떠나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