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 렌트해서 사는 사람이 올린 글인데 읽다가 좀 답답해졌어. 집 공조기가 일을 안 하는 거 같아서 빌딩 매니저한테 물어봤더니 같이 보자면서 천장을 열었대. 근데 열어놓고 하는 말이 자기도 모르겠다는 거야. (전문가를 불러와야 하는 타이밍인데 그냥 거기서 끝난 듯)
그래서 본인이 직접 안을 들여다봤는데 바깥에서 들어오는 깨끗한 공기 배관이 아무 데도 안 연결된 채로 그냥 뻥 열린 상태로 천장 패널 안에 숨어 있었다는 거야. 위치도 하필 샤워실 위. 습기가 제대로 빠지질 않으니까 다른 집들보다 빨간 곰팡이가 훨씬 빨리 핀대. 그 상태 그대로 지피티한테 물어봤더니 해당 공조기 매뉴얼상 이렇게 설치하면 안 되는 방식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에어컨 필터라고 적힌 부분도 틀 없이 그냥 오픈된 채로 대충 끼워져 있었고.
필터 얘기 꺼내니까 돌아온 답이 곧 교체 기간 되니까 기다리라는 거였대. 질문의 요지는 '이 설치 상태가 정상이냐'인데 대답은 '스케줄대로 갈아줄게'. 동문서답도 이런 동문서답이 없음.
이 사람 콘도 생활이 처음도 아니야. 예전에 살던 곳에서 공조기사랑 같이 뜯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필터가 반드시 철재 틀 안에 들어가 있었고 주변으로 배관이 촘촘하게 연결돼서 바깥 공기도 필터로 한 번 걸러진 다음에 들어오게 돼 있었대. 바깥 오염물질이 필터 안쪽으로 못 들어오게 막는 구조. 근데 여긴 그냥 오픈. 비교 대상이 있으니까 더 확실하게 이상한 걸 알아챈 거지.
문제가 그것만도 아니야. 유닛 천장에 금도 많이 가 있고 지하 주차장은 냄새가 심하대. 지은 지 3년밖에 안 된 콘도인데 부실한 게 한둘이 아니라는 거야. 에어컨이랑 히터도 중앙난방이라 본인이 온도 조절할 방법 자체가 없고. 여기에 번외로 유닛 상수도까지 물이 제대로 안 나와서 물어봤더니 그건 집주인이 고쳐줄 일이라고 했대. (빌딩 쪽은 랜드로드 탓, 랜드로드한테 가면 또 무슨 말 나올지)
제일 마음 불편한 부분은 따로 있어. 집주인이 같은 한인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다가도, 월세는 한 푼도 안 빼고 다 내고 있는데 이런 말조차 못 꺼내고 있는 상황이 씁쓸하고 찝찝하다는 거야. 결국 도와달라고 글을 올린 거고.
환기 배관이 어디에도 안 물려 있는 건 취향 문제도 컨디션 문제도 아니고 그냥 시공이 안 끝난 상태야. 샤워실 습기가 갈 데가 없으니 곰팡이가 빨리 피는 것도 당연한 결과고. 곰팡이는 나중에 건강 문제로 번지는 거라 '기다려보세요' 하고 넘길 사안이 절대 아님. 그리고 같은 한인이라서 말 못 꺼내겠다는 그 마음, 이해는 가는데 이건 인정 문제가 아니라 계약 문제야. 렌트비를 감사 인사로 내는 게 아니잖아. 요청은 정중하게 하되 이메일이나 문자로 기록 남기면서 하는 게 맞고, 사진은 이미 찍어놨으니 그게 제일 강력한 증거지.
댓글도 붙긴 했는데 아직 두어 개 달린 초기 상태더라. 이런 글은 원래 시간 좀 지나야 경험자들이 몰려와서 진짜 정보가 붙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었어. 그래도 반응 자체는 조용하다기보다 다들 사진 보고 말문 막힌 쪽에 가까워 보였고.
결국 이 케이스는 매니저를 설득하는 싸움이 아니라 기록을 쌓는 싸움이 될 것 같아. 구두로 물어보면 계속 '모르겠다'랑 '기다려라'만 돌아올 테니까. 사진이랑 날짜 정리해서 서면으로 넘기고 그래도 안 움직이면 RTB까지 갈 수 있다는 걸 알아두는 게 나아. 3년 차 건물에서 이 정도가 나온다는 게 제일 무서운 부분이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