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무디에서 유턴 세 번 한 여자
포트무디 이오코 애비뉴 갓길, 시동 켠 채로 핸들에 이마 박고 있는 중이야. 조수석엔 룸메가 사다 준 팀홀튼 커피 두 잔이 컵홀더에서 얌전히 식어가고.

오늘 드디어 N 딱지 붙였거든. 1년 만에 로드테스트 붙어서 살롱 손님들한테 자랑까지 다 해놓고, 첫 야간 주행 나섰는데 이게 웬걸. 밤에 보는 포트무디 도로는 낮이랑 완전 다른 동네더라. 표지판은 왜 다 나뭇잎에 가려져 있고 길은 왜 이렇게 구불구불한지. 집까지 15분 거리를 40분 걸려서, 유턴 세 번 하고 도착. 내비가 나한테 세 번째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할 땐 진짜 미안하더라.

근데 있잖아, 창문 내리니까 밤공기가 딱 12도. 시원한데 안 춥고, 하늘엔 별 보이고, 인렛 쪽에서 물 냄새 슬쩍 나고. 그 순간 갑자기 벅차오르는 거야. 나 진짜 여기서 운전하고 있네 싶어서.

집 들어가니까 룸메가 '무사귀환 축하' 하면서 손뼉 쳐주는데 왜 웃음이 나던지. 남편은 영상통화로 내 주차 실력 보더니 말을 아끼더라. 뭐 어때, 도착했으면 된 거지.
ㅋㅇㅇ •432
댓글 4
밤 운전 처음엔 다 그래요. 저는 유턴 다섯 번 하고 결국 갓길에 차 세워놓고 남편 부른 적도 있어요. 세 번이면 아주 훌륭하십니다
ㅋㅋ •
    
다섯 번 하고 갓길에 세웠다는 거 보면 그날 비도 왔던 거 아님? 여기 밤에 비 오면 차선 아예 안 보이잖아 ㅋㅋㅋ
ㅇㅇㅋ •
    
비 오는 밤엔 차선이 아니라 운빨 따라가는 거지. 도로가 갑자기 숨은그림찾기 됨
ㅁㅁㅈㅁ •
내비도 세 번째쯤 되면 감정 상함 ㅋㅋㅋ 근데 인렛 물냄새 부분에서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졌다 축하해요 N딱지
ㄴ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