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이 둘에 부부까지 네 식구, 외벌이로 버티는 가장이 쓴 글 봤어. 렌트비, 애들 교육비, 핸드폰비, 전기세 같은 기본 생활비는 이미 본인이 다 따로 내고 있대. 장은 거의 와이프가 보고, 큰 지출은 본인 카드로 긁는 구조라고 함.
문제는 그 기본 생활비를 '제외하고' 와이프가 한 달 평균 4,000~5,000불을 쓴다는 거야. 하루에 장을 두세 번씩 보러 가는 날도 있고, 음식물 쓰레기통은 한 통 꽉 차서 거의 매일 버린다고 함. 근데 정작 집에서 먹는 건 거의 매일 라면. 4천불 넣고 라면 나오는 자판기가 어딨음.
돈이 어디로 새는지가 아니라 식재료가 어디로 사라지는지가 더 미스터리인 상황이야. 사와서 쟁여두고 안 먹고 상해서 버리는 무한 루프면 그거 장보기가 아니라 취미생활이지. 그러고도 본인이 예민한 건지 묻는 게 제일 안타깝더라. 외벌이로 4인 가족 굴리면서 매달 5천불이 연기처럼 사라지는데 그걸 궁금해하는 게 예민한 거면 세상 모든 가계부는 다 예민증 환자임.
반응은 아직 갓 올라온 글이라 '2분 전'만 찍혀 있고 댓글이 붙기 전이었어. 근데 이런 글은 보통 한 시간만 지나도 '카드 명세서부터 뽑아보세요', '4천불이면 애들 셋 키움' 같은 댓글로 도배되는 게 정해진 루트지.
결국 이 집에 필요한 건 남의 의견이 아니라 스테이트먼트 한 장 아닐까. 정상인지 아닌지 물어볼 단계는 이미 지났고, 부부가 마주 앉아서 숫자 보면서 얘기해야 하는 타이밍인 듯. 그리고 제일 시급한 건 라면 말고 밥 좀 드시라는 거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