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마다 오는 단골 할머니한테 자꾸 지는 중
3년째 6주마다 오시는 단골 할머니가 오늘도 예약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 손에는 늘 그렇듯 은박지에 싼 바나나 브레드가 들려 있었다. 근데 이번엔 두 덩이. 혼자 사는 애가 밥은 챙겨 먹냐고, 우리 엄마도 요즘 안 하는 걱정을 다운타운 미용실에서 듣고 있다.

처음엔 내 이름 발음을 계속 어려워하셔서 그냥 편한 대로 부르시라고 했었다. 근데 어느 날부터 혼자 연습해 오셨는지 정확하게 부르시더라. 심지어 옆자리 동료가 잘못 부르면 대신 고쳐주기까지 하심. 그 장면 보고 가위 든 채로 잠깐 멈췄다.

오늘은 커트 끝나고 거울 보시더니 네 영어가 5년 전보다 훨씬 늘었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래서 할머니 안녕하세요 발음도 많이 느셨다고 받아쳤더니, 가위 든 사람한테 발음 지적당하면 무섭다며 웃으셨다.

5년 동안 이 동네에서 버틴 이유를 가끔 까먹는데 오늘 다시 기억났다. 한 덩이는 바로 먹고 한 덩이는 냉동실행. 다음 예약은 6주 뒤 오후 3시로 잡아뒀다.
ㅇㅇㅋㅇ •426
댓글 4
이름 발음 연습해 오셨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좀 몽글해지네요. 그런 손님 한 분만 있어도 그 자리에 계속 서 있게 되는 것 같아요
ㅂㅋ •
냉동실에 넣은 거 언제 먹을지 기억이나 하고 자냐 3주 뒤에 발견하고 이게 뭐지 하는 게 혼자 사는 사람 코스인데
ㄴㅅ •
두 덩이는 6주 뒤까지 챙김을 이어두려는 계산이었을까요? 바나나 브레드가 거의 임시 가족관계증명서네요
ㄹㄹㄹㅈ •
    
냉동실에 넣는 순간 6주짜리 가족비자 발급 완료지
ㄷㅈㄷ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