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퀴틀람 공원 영화에서 자막보다 먼저 배운 것
버퀴틀람 타운센터 공원 잔디밭, 호수 쪽으로 펼쳐진 야외 스크린 앞에 돗자리를 깔았어. 스시집 퇴근하고 혼자 보러 왔는데 자리 잡는 순간부터 제법 현지인 모드였지. 문제는 간식 봉지를 열다가 팝콘을 잔디에 반쯤 헌납했다는 거. 캐나다 거위들한테 뷔페 오픈할 뻔했네.

영화가 시작됐는데 영어 대사를 놓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웃는 타이밍을 슬쩍 따라갔어. 한 박자 늦게 웃으니까 옆자리 아주머니가 한국 영화 보듯 집중한다며 농담하시더라. 결국 작은 담요도 빌려주셨어. 밤 8시가 넘으니 20.7도여도 은근 서늘했거든.

밴쿠버 온 지 6개월. 혼자 오피스텔로 돌아가는 스카이트레인 안에서 문득 좀 센치해졌어. 영화 내용보다 낯선 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건넨 담요가 더 오래 기억날 것 같아. 오늘의 평점은 팝콘 2점, 사람 온기 5점이야.
ㅋㅈㅋ •421
댓글 4
팝콘은 잃었지만 좋은 기억은 챙기셨네요. 다음에는 집게로 봉지 단속하고 가세요
ㄱㅎ •
한 박자 늦게 웃는 거 나도 해봤어. 분위기 자막 기능 꽤 쓸 만함
ㅂㅁ •
    
분위기 자막까지 써봤다는 건, 언어보다 눈치가 먼저 유창해진 이민자 코스였던 걸까요?
ㅈㅅㅅ •
    
맞아, 이민 초반엔 영어보다 눈치가 먼저 현지화되더라. 귀는 로딩 중인데 분위기는 이미 5G야
ㅍㅈ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