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셔터 반쯤 내려놓고 앞치마도 안 벗은 채로 차에 탔다. 조수석엔 강아지, 뒷좌석엔 비닐도 안 뜯은 회계 교재. 목적지는 랭리 캠퍼스 학생지원실.
사연은 이렇다. 캐나다 5년 만에 큰맘 먹고 야간 회계 수업을 등록했음. 첫 주엔 형광펜 세 자루에 새 노트까지 사고 의욕 만렙이었지. 근데 수업 시간이 카페 오후 러시랑 정면충돌. 2주차부터 결석, 3주차엔 등록한 사실 자체를 잊음. 그러다 취소 기한 지나감. 700불이 조용히 증발.
오늘은 어떻게든 상담이라도 받아보려고 갔더니 문에 A4 한 장. 일요일 휴무. 유리에 비친 앞치마 아저씨랑 눈이 마주쳤는데 표정이 참 정직하더라.
집에 오니 와이프가 그 돈이면 원두 두 달치라고 웃고, 강아지는 교재 모서리를 씹고 있었다. 다음 학기엔 시간표부터 보고 등록하려고. 찝찝함이 커피 찌꺼기처럼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