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은 딱 한 학기만 쉬는 거라고 큰소리쳤던 나, 지금 포트무디 기숙사 침대랑 두 학기째 물아일체 중이야. 자기관리 능력은 어디 소포로 보냈는지 도착 소식이 없다.
밤 열한시 반, 룸메는 주말이라 집에 가고 방이 너무 조용해서 괜히 책상 서랍을 열었어. 작년 1학기 노트가 나오는데 필기가 절반은 영어, 절반은 한국어, 나머지는 나도 해석 불가한 낙서. 페이지 끝에 '이 단어 뭔 뜻?' 이라고 적어놓고 정답은 안 적어둔 과거의 나, 진짜 성실한 척만 잘했다.
근데 그 밑에 튜터 언니가 형광펜으로 남겨준 you're doing great 이 아직 그대로 있는 거야. 그거 보자마자 갑자기 눈물 핑. 감성 스위치가 고장났나 봐.
밖은 흐리고 창문에 물기 살짝 낀 게 딱 내 상태 같더라. 내일은 학사 담당 이메일 열어볼게. 복학 신청은 아직 못 하고, 오늘은 노트만 껴안고 잘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