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마트 심부름 갔다가 빵집 앞에서 발이 묶임
현관에서 신발끈 묶고 있는데 이모가 장바구니를 툭 던짐. 얼굴로 받았다. 오늘의 임무는 딱 하나. 코퀴틀람 한인마트에서 멸치랑 고춧가루 사오기.

3개월째 얹혀사는 조카의 숙명이라 군말 없이 나섬. 근데 마트 들어가자마자 코가 먼저 방향을 틀더라. 입구 옆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소보로빵 냄새가 내 멱살을 잡음. 여행객이라 한 푼이 아까운 처지인데 손이 제멋대로 집게를 듦. 정신 차려보니 쟁반 위에 빵이 다섯 개 올라가 있었다.

계산하고 나와서 주차장 벤치에 앉아 한 입 베어물었는데 이게 웬일. 한국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더라. 하늘은 잔뜩 흐린데 손에 따뜻한 빵 들고 있으니까 갑자기 이 동네가 막 좋아짐. 여행 온 보람이 소보로빵에서 터질 줄은 몰랐다.

집에 돌아오니 이모가 봉투부터 뒤짐. 고춧가루 어딨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 남은 빵 두 개 상납하고 겨우 목숨 부지함. 내일 또 갈 예정이다. 이번엔 고춧가루부터 담고 빵으로 갈 거다.
ㄴㄴㅋ •433
댓글 4
그 베이커리 소보로 진짜 반칙이죠. 저도 장보러 갔다가 빵만 들고 나온 적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영수증 보면 늘 목적어가 사라져 있어요
ㅎㅈ •
    
이 정도면 장보기가 아니라 빵 사러 가면서 마트를 핑계 대는 거 아닌가 ㅋㅋㅋ 처음부터 소보로가 진짜 목적이었던 듯?
ㅁㅁㅈㅁ •
    
멸치 고춧가루는 알리바이고 본진은 소보로였던 거지. 마트가 아니라 빵집 단골이 장보기 코스프레한 거 ㅋㅋ
ㅋㄷㄷㄷ •
고춧가루 어딨냐는 질문에 빵 두 개로 협상 타결된 거 웃기다 ㅋㅋ 이모님 관세 꽤 세게 매기시네
ㅂ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