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다는 분이 쓴 글인데 읽다가 같이 한숨 나왔어. 요지는 이거야. 코로나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강남 평균 아파트값이랑 밴쿠버 단독주택 가격이 비슷비슷했거나, 오히려 밴쿠버 하우스가 더 비쌌다는 거지. 그런데 몇 년 사이에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거야.
밴쿠버는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도 얼어붙어서 부동산 시장 자체가 침체인데, 강남은 몇 배씩 뛰어서 이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넘사벽이 됐다고. 거기다 캐나다는 어설픈 사회주의 정책 때문에 경제가 활력을 잃고 발전 속도도 느리다고 하심. 세금이랑 생활비는 야무지게 오르는데 경제는 제자리, 자산가치는 뒷걸음질. 그래서 캐나다에서 부동산 들고 사는 게 앞으로도 희망이 있는 선택인지 진지하게 회의감이 든다는 내용이었어.
제일 찡했던 건 마지막 부분. 한때는 밴쿠버에 집 한 채 있으면 그래도 인생 잘 굴러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한국 형제들이랑 친구들 아파트값 얘기 들으면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은 씁쓸함까지 든다고. 그러면서 밴쿠버의 미래, 과연 희망 있냐고 물어보면서 글이 끝나.
이거 진짜 이민 20년 이상 되신 분들 공통 현타 포인트 아닐까. 30년 전에 여기 온 이유가 애초에 강남 아파트값 이기려고 온 게 아니었는데, 숫자로 비교되는 순간 그 모든 이유가 한방에 날아가는 느낌이지. 근데 냉정하게 밴쿠버가 억울하긴 해. 물가 세금은 한국 이상으로 올려받으면서 임금이랑 성장은 20년 전 감성 그대로고, 집값만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그것도 지금 비실비실하니까. 자산이 안 오르는 건 그렇다 쳐도, 여기서 버는 돈으로 여기 사는 게 점점 빡센 게 진짜 문제 아님?
댓글이 34개 달렸는데 반응이 딱 세 갈래로 갈렸어. 하나는 '한국 집값이랑 비교 시작하면 정신건강에 안 좋다, 거기는 대출 끼고 영혼까지 태워서 산 값이고 우리는 애들 학교 보내고 공기 마시려고 온 거다'는 현실 위로파. 하나는 '위로는 됐고 팩트는 팩트다, 세금 뜯길 거 다 뜯기면서 자산은 정체면 그게 제일 슬픈 시나리오지'라며 같이 분노한 공감파. 그리고 '그렇게 좋으면 지금 팔고 한국 가시라, 근데 강남 그 값에 들어갈 수 있냐'는 팩폭파까지 등장하심.
결국 이 글 본질은 부동산이 아니라 30년 인생에 대한 확인 도장이 필요했던 거 같아. 숫자로 이겼냐 졌냐 계산기 두드리기 시작하면 이민 인생은 무조건 지는 게임이라서, 그 계산기를 언제 덮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 그래도 밴쿠버 집 팔고 강남 가면 행복해질 거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사람은 댓글에 거의 없었다는 게 나름 답이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