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두 번씩 집 버저가 울린대. 받으면 다짜고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한국 사람이죠?' 이러고. 느낌이 쎄하니까 못 알아듣는 척 영어로 누구냐, 누구 찾냐고 대답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바로 끊는대. 딱 봐도 한국말 통하는 사람만 골라내는 필터링인 듯.
오늘 아침에도 똑같이 버저가 울려서 영어로 누구세요, 우리 버저 넘버는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봤대. 그랬더니 옆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are you Korean?' 하고 끼어들었다는 거야. 2인 1조로 돌고 있었던 거지 (혼자가 아니라 팀플이었던 거). 소름 쫙 돋아서 바로 끊었대.
글쓴이가 묻더라. 이거 사이비냐고. 버저 디렉토리에서 한국 이름 같아 보이는 거 골라서 무작위로 누르는 건지, 아니면 자기가 타겟팅 된 건지. 벌써 네 번째 겪다 보니까 처음엔 무섭기만 했는데 이제는 짜증이 올라온다고 ㅠ
아침부터 인터폰 너머에서 모르는 사람이 내 국적 맞히고 있는 거 생각만 해도 등골 서늘하다. 2인 1조에, 이름 스캔에, 영어로 되받으면 바로 철수. 이거 그냥 지나가다 실수로 누른 삘이 전혀 아니잖아. 진짜 정상적인 용건이면 이름 대고 소속 대면 되는데 '한국분이시죠?'부터 나오는 순간 게임 끝이지.
댓글도 열여덟 개 넘게 달렸는데 다들 '저도 당했어요'가 줄줄이. 디렉토리에 한글 이름이나 K로 시작하는 성씨 올려놨더니 귀신같이 오더라는 사람, 문 열어줬다가 성경책 꺼내면서 무료 성경공부 권유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아예 버저 인터콤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바꾸거나 디렉토리에서 빼버렸다는 팁 주는 사람도 많더라.
결론은 답을 안 하는 게 최선인 듯. 영어로 응대하면 끊는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한국말 통하는 사람만 찾고 있었다는 증거잖아. 한인 많이 사는 건물은 앞으로도 계속 돌 것 같은데, 인터콤 이름부터 손보는 게 제일 빠른 방어 같음. 아침부터 이런 거 겪고 하루 시작하는 거 진짜 노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