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기상청, 오늘도 적중했습니다
"언니, 텃밭 물 안 주고 그냥 자도 진짜 괜찮겠어요?" 같이 사는 친구가 저녁 여덟 시부터 호스를 붙잡고 서 있었습니다. 저는 손사래를 쳤죠. 아침부터 제 무릎이 삐걱거렸으니 오늘 밤 비는 확정이라고요.

친구는 콧방귀를 뀌더니 굳이 스프링클러까지 꺼냈습니다. 저는 카디건 하나 걸치고 피트 메도우즈 산책로로 나갔고요. 13도에 바람 살짝, 구름은 이미 두툼하게 이불 덮은 상태. 속으로 승기 다 잡았습니다.

돌아와 보니 친구는 여전히 호스랑 씨름 중이더군요. 그리고 십오 분 뒤, 후두둑. 지붕이 드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창문 열고 "보세요, 제 무릎이 기상청보다 정확하죠" 했더니 친구가 말없이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오는 겁니다.

가게 일로 하루 종일 지쳤는데 이 비 소리에 아주 후련합니다. 이민 2년 만에 얻은 최고의 기술이 무릎 예보라니, 이것도 재능이죠.
ㅋㅁㅁ •535
댓글 5
무릎 예보 정확도가 앱보다 높다는 건 이 동네 진리입니다. 저희 어머니 어깨도 같은 회사 소속이에요
ㄹㄹ •
    
같은 회사 소속이면 어머니도 이민 연차가 꽤 되시나 보네요, 무릎 정밀도는 결국 타향살이 짬밥순인가 봅니다
ㅅㅅㅅㅋ •
    
맞아, 타향살이 연차 쌓이면 영주권보다 먼저 관절에 기상청 지점 하나 생기더라
ㅋㅈㅋ •
아이스크림으로 패배 인정한 친구분이 진짜 승자 아닌가요 ㅋㅋ 둘 다 훈훈해서 좋네요
ㅍㅋ •
스프링클러 꺼내는 순간 비 오는 거 여기 법칙이지. 다음엔 세차하면 폭우 온다에 걸어봐요
ㅁ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