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텃밭 물 안 주고 그냥 자도 진짜 괜찮겠어요?" 같이 사는 친구가 저녁 여덟 시부터 호스를 붙잡고 서 있었습니다. 저는 손사래를 쳤죠. 아침부터 제 무릎이 삐걱거렸으니 오늘 밤 비는 확정이라고요.
친구는 콧방귀를 뀌더니 굳이 스프링클러까지 꺼냈습니다. 저는 카디건 하나 걸치고 피트 메도우즈 산책로로 나갔고요. 13도에 바람 살짝, 구름은 이미 두툼하게 이불 덮은 상태. 속으로 승기 다 잡았습니다.
돌아와 보니 친구는 여전히 호스랑 씨름 중이더군요. 그리고 십오 분 뒤, 후두둑. 지붕이 드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창문 열고 "보세요, 제 무릎이 기상청보다 정확하죠" 했더니 친구가 말없이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오는 겁니다.
가게 일로 하루 종일 지쳤는데 이 비 소리에 아주 후련합니다. 이민 2년 만에 얻은 최고의 기술이 무릎 예보라니, 이것도 재능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