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력서 파일명을 최종_진짜최종_이번엔진짜로 저장한 걸 보니 내 정리 능력은 아직 캐나다에 입국 못 한 듯하다. 9월 23일 오전 10시 13분, 버퀴틀람 집에서 흐린 창밖을 등지고 이직용 이력서를 붙잡았다. 9.2도라 방은 서늘한데 경력 문장은 왜 이렇게 안 시원한지 모르겠다.
처음엔 한국식으로 업무를 빽빽하게 적었는데, 캐나다 회사 다니는 동료가 성과와 숫자를 앞에 놓으라고 조언해줬다. 그래서 프로젝트 지원했다고 쓴 문장을 처리 시간을 20퍼센트 줄였다고 바꿨다. 갑자기 내가 꽤 쓸모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혼자 고개 끄덕임. 과장은 아니고 편집의 승리다.
캐나다 생활 2년 차인데도 이력서 한 장 고칠 때마다 영어와 자존심이 같이 수정된다. 그래도 오늘은 지원할 회사 세 곳에 맞춰 버전까지 만들었다. 방구석에서 키보드만 두드렸지만 은근히 뿌듯하다. 이제 남은 건 제출 버튼인데, 이 녀석만 누르면 손가락이 면접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