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30년을 사셨다는 분 글을 봤어요. 읽다 보니 묘하게 뼈를 맞는 느낌이라 가져와 봤어요. 이분 말로는 캐나다로 이민 오신 분들 중에 한국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대요. 정작 본인은 한국이 싫어서 여기 남은 게 전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눌러앉은 이유도 엄청 솔직해요. 수능을 망하고 천성이 게을렀대요 (본인 피셜임). 그런데 캐나다에서 직장을 다녀보니 칼퇴에 보장된 휴식시간이 너무 달달해서 그냥 계속 살게 됐다고 해요. 거기다 개인주의 만렙 성격이라 서로 간섭 안 하고 정도 안 주고 차갑게 사는 캐나다 스타일이 체질에 딱 맞았대요. 이 정도면 캐나다 적성검사 1등급 아닌가요.
문제는 캐나다 단점 얘기만 나오면 꼭 '그래도 한국보다는 낫지' 하고 받아치는 분들이 많다는 거예요. 글쓴이는 이게 한국을 깎아내려서 내 이민 결정이 옳았다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느낌이래요. 사실은 캐나다 생활이 힘들고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러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음표를 던지셨어요.
질문도 이어져요. 보통 사람은 말 통하고 문화 같고 인종 같은 곳이 편한 게 당연하지 않냐고요. 남의 나라 문화가 더 맞는 사람은 소수 아니냐고요. 한국 사람이 한국을 더 좋아하고 편하게 느끼는 게 이상한 거냐고요.
실제로 이분 가족은 본인만 빼고 십 년 전에 전부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다들 엄청 만족하면서 산대요. 캐나다 생활도 좋긴 했지만 늘 이방인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시네요. 그 와중에 본인은 '원래 왕따 체질이라 한국이나 캐나다나 똑같더라'며 셀프 디스까지 하시는데 여기서 좀 웃었어요 ㅋㅋ. 마지막엔 50년 전처럼 한국이 못사는 시절도 아닌데, 객관적으로 한국이 캐나다만큼 혹은 그 이상 살기 좋은 나라 아니냐고 마무리하셨어요.
읽고 나니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이민이 잘한 선택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굳이 고향을 밟을 필요는 없잖아요. 캐나다가 좋으면 캐나다가 좋은 거고, 한국의 좋은 점은 한국의 좋은 점이에요. 왜 꼭 둘 중 하나를 까야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요. 내 떡 지키겠다고 남의 떡에 흙 뿌리는 느낌이랄까요.
역시 이런 주제는 못 참는지 글이 올라오고 5시간 만에 댓글이 25개나 달렸어요 (댓글 내용까지는 확인 못 함). 한 시간에 다섯 개꼴로 꾸준히 달렸고, 10분 전에도 새 댓글이 올라왔어요. 조용히 읽고 지나가기엔 다들 할 말이 많았나 봐요.
이민자들 마음속 버튼을 정확히 누른 글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캐나다에 온 걸 후회 안 한다는 사람도, 슬슬 한국에 돌아갈까 고민하는 사람도 한 번씩은 찔렸을 거예요. 어디 사느냐보다 거기서 내가 편하냐가 답인데, 그걸 인정하기까지 30년이 걸리기도 하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