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way stop에서 손짓 배틀하다가 친정아빠가 끝냄
와이퍼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동네 4-way stop 앞에 딱 멈췄어. 조수석엔 친정아빠, 뒷자리엔 다섯 살 딸. 유치원에 데려다주러 가는 길이었지.

근데 맞은편 픽업트럭도 동시에 멈춘 거야. 누가 먼저 왔는지 애매해서 내가 먼저 가시라고 손짓했어. 아저씨도 손짓. 나 또 손짓. 아저씨 또 손짓. 거의 수화로 토론하는 수준이었잖아. 뒤에 차 없어서 다행이지 있었으면 빵 소리 났을 듯.

그때 아빠가 창문을 스르륵 내리시더니 한국식으로 고개 숙여 꾸벅 인사를 하신 거야. 아저씨 빵 터져서 엄지척 날려주고 먼저 출발하더라. 딸은 뒤에서 할아버지가 양보 대장이라고 박수 치고 난리났어. 아빠는 괜히 어깨 으쓱하시고.

캐나다 온 지 1년인데 4-way stop은 아직도 눈치게임 같아. 그래도 비 오는 아침에 모르는 아저씨랑 같이 웃고 나니까 마음이 괜히 몽글몽글하더라. 오늘 아빠 라떼는 내가 쏜다.
ㅇㅋㅇㅇ •532
댓글 5
꾸벅 인사가 필살기였네요. 손짓 배틀은 원래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지는 건데 아버님이 판을 아예 새로 짜셨어요ㅋㅋ
ㅋㅋ •
나도 그 손짓 배틀 매일 해ㅋㅋ 캐나다 사람들 양보 너무 잘해서 오히려 출발을 못 함. 착한 사람끼리 만나면 끝이 안 나
ㅂㄴ •
    
착한 사람끼리 만나면 끝이 없다니, 캐나다 4-way stop은 운전시험이 아니라 양보심 먼저 접는 사람 뽑는 면접인가 봐요?
ㄴㅈㄴ •
    
맞아, 필기보다 먼저 보는 인성면접이지. 합격자는 결국 액셀 먼저 밟는 사람이고
ㅈㅍㅍ •
할아버지 양보 대장 너무 귀엽다. 라떼에 샷 하나 추가해 드려요, 오늘 아침 MVP시잖아요
ㅁ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