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퍼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동네 4-way stop 앞에 딱 멈췄어. 조수석엔 친정아빠, 뒷자리엔 다섯 살 딸. 유치원에 데려다주러 가는 길이었지.
근데 맞은편 픽업트럭도 동시에 멈춘 거야. 누가 먼저 왔는지 애매해서 내가 먼저 가시라고 손짓했어. 아저씨도 손짓. 나 또 손짓. 아저씨 또 손짓. 거의 수화로 토론하는 수준이었잖아. 뒤에 차 없어서 다행이지 있었으면 빵 소리 났을 듯.
그때 아빠가 창문을 스르륵 내리시더니 한국식으로 고개 숙여 꾸벅 인사를 하신 거야. 아저씨 빵 터져서 엄지척 날려주고 먼저 출발하더라. 딸은 뒤에서 할아버지가 양보 대장이라고 박수 치고 난리났어. 아빠는 괜히 어깨 으쓱하시고.
캐나다 온 지 1년인데 4-way stop은 아직도 눈치게임 같아. 그래도 비 오는 아침에 모르는 아저씨랑 같이 웃고 나니까 마음이 괜히 몽글몽글하더라. 오늘 아빠 라떼는 내가 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