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묵직한 글 하나 봤습니다. 우울증 진단을 정확하게 받아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한국인 선생님을 연결해 주는 곳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더라고요. 문장 두 줄인데 그 안에 고민한 시간이 다 들어있는 느낌이었음.
영어로 내 마음 상태를 설명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하면 한국인 선생님 찾는 이유가 바로 이해됩니다. 슬픈 것도 아니고 우울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라앉는다'는 그 미묘한 결을 영어로 옮기다 보면 결국 I'm sad 한 줄로 요약되잖아요. 마음 아픈 거 상담받으러 갔다가 영어 시험 보고 나오는 기분 들면 그게 더 지침. 게다가 여기서 정신과 예약 한 번 잡는 데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어디부터 가야 하냐는 질문 자체가 이미 큰 용기 낸 거죠.
무엇보다 '정확하게' 진단받고 싶다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인터넷 자가진단 테스트 돌려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제대로 확인받으려는 사람의 문장이잖아요. 이 정도면 주변에 말 못 하고 혼자 검색만 몇 달 했을 가능성이 큼. 이런 글에 정보 하나 얹어주는 게 여기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이유 아닌가 싶었어요.
다행히 댓글은 아홉 시간 만에 여섯 개가 쏟아지고 그 뒤로도 계속 붙어서 열 개를 넘겼습니다. 다들 아는 곳 하나씩 꺼내서 던져주는 분위기였어요. 패밀리닥터한테 먼저 얘기해서 리퍼럴 받는 루트 알려주는 분, 한인 상담 쪽 연락처 남기는 분, 그리고 몇 시간 뒤까지 뒤늦게 들어와서 한 줄씩 보태는 분들까지 있었습니다. 글쓴이 입장에서 새로고침할 때마다 댓글 늘어나 있는 거 보면 그것만으로도 좀 위로됐을 듯.
제일 인상적인 건 이런 글에는 장난 댓글이 하나도 안 붙는다는 거예요. 평소엔 서로 티격태격하던 동네인데 누가 진짜 힘들다고 하면 다들 조용히 정보만 놓고 갑니다. 이 정도 반응이면 글쓴이도 병원 예약 한 통은 걸었을 거라고 봅니다. 시작이 제일 어려운 거였는데 그 시작을 동네 사람들이 같이 밀어준 셈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