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3~4시쯤에 퀸스팍으로 산책 간 분이 있었는데, 가다가 신호가 와서 공원 화장실 7번 칸에 들어갔대. 절에 있는 해우소처럼 아무 근심 없이 평화롭게 앉아 있었다고 함.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누가 문을 쾅쾅 크게 두드린 거야. 관리하는 직원이 체크하나 보다 하고 'Here is~' 하고 대답해줬대 (칸에 사람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인 듯).
그런데 밖에서 뭔 얘기 소리가 계속 들리니까 슬슬 불안해져서 서둘러 마무리하고 일어서는데, 화장실 문 밑 틈으로 웬 남자 손이 쑥 들어와서 뭐라고 하면서 막 휘젓더래. 이건 거의 공포영화 한 장면 아님? 영문도 모르고 문 열고 나가려는데 그 남자가 밀치듯이 들어오더니 '여기 있다!' 하면서 휴지걸이 위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갔대 (앞사람이 폰 두고 나갔다가 찾으러 온 듯).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고 그냥 걸어 나가는데, 남자가 갑자기 한국분이냐고 물어봤대. '네' 했더니 그 남자는 폰을 열어서 뭘 계속 확인하더래 (혹시 손댔나 검사하는 느낌이었던 듯). 그래서 글쓴이분이 '나는 휴대폰 못 봤다'고 말하고, 아까 밖에서 떠들던 말을 못 알아들은 게 마음에 걸려서 '내가 가는 귀가 좀 어둡다'고 덧붙였대. 그랬더니 대뜸 '이해가 안 되네요?'가 날아옴.
놀라서 '예!' 하고 걸음을 멈췄더니 이번엔 '그냥 가세요~~' 하더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이미 뭔 혐의를 씌워놓고 '가라 마라' 하는 말투가 엄청 거슬렸다고 함. 같이 있던 여자분은 하얀 개를 데리고 있었는데 그래도 '감사합니다' 정도는 한 것 같대. 근데 글쓴이 입장에선 감사받을 일이라곤 청소하시는 분이 문 닫을 시간이라 재촉하는 줄 알고 서둘러 나와준 것밖에 없는 거지.
그 남자가 '이해 안 되지만 봐준다'는 식으로 '그냥 가시라'고 던진 말이 한국 일베 문화 수준 같다고까지 느끼셨대. 너무 억울해서 나중에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못 만났다고. 조금만 기다렸으면 다 확인됐을 텐데 왜 그렇게 소란을 떨면서 남을 의심하며 사는지 그 근본을 알고 싶다고 하심. 다음 날 아침 일찍 중요한 미팅이 있는데 잠을 못 자서 결국 수면제까지 먹고 이 글을 쓰셨대. 장교 출신에 이민 온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기분이 많이 상했다고, 다들 이런 사람 만나면 조심하라고 올린 글이야.
폰 잃어버려서 멘붕 온 건 이해하는데, 사람 있는 화장실 칸 문 밑으로 손 넣어서 휘젓는 건 선 넘은 거 맞지. 이건 거의 K-호러 체험판임. 거기다 먼저 뛰어들어가서 폰 챙겨놓고, 볼일 보던 죄밖에 없는 사람한테 '이해가 안 되네요?'에 '그냥 가세요~'까지 하면 억울할 만하지. 폰이 원래 거기 그대로 있었다는 게 오히려 아무도 안 건드렸다는 증거 아님?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용의자 취급이라니, 30년 이민 짬바에 장교 멘탈도 무너질 만하다.
댓글은 몇 시간 사이에 14개 넘게 달리면서 계속 불타는 중이더라. 6시간 전부터 9분 전까지 쉬지 않고 달린 거 보면 공감하는 사람도, 한마디 얹고 싶은 사람도 많았나 봐 (댓글 내용은 따로 못 봤음).
결국 폰 주인은 폰 찾아서 해피엔딩, 글쓴이분만 수면제 먹고 잠 설친 새드엔딩이 된 거지. 폰 찾을 때 사과 한마디,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제대로 했어도 여기까지 안 왔을 텐데. 공원 화장실 가실 때는 폰 꼭 챙기시고, 혹시 남의 폰 두고 간 칸에 들어가게 되면 먼저 발견 신고부터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