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밴쿠버 교민들에게 무료로 마사지를 해드리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병력이 거의 허리 질환 올스타전 수준입니다. 군 복무 중 허리를 다친 뒤 매년 2~3일씩 드러눕는 게 연례행사였는데, 처음에는 그냥 타고난 약골 허리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증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결국 3·4·5번 디스크가 터지고 좌골신경통과 퇴행성 증상까지 한꺼번에 왔다고 하네요.
욕실에서 양치하다 헛구역질 한 번 했는데 그대로 쓰러졌고, 침대까지 고작 2미터 이동하는 데 이틀이 걸린 적도 있답니다. 새벽에는 너무 아파서 울면서 진통제를 잔뜩 먹기도 했고요. 침술원, 추나요법, 도수치료, 필라테스, 수영, 플랭크, 맥켄지 운동까지 허리에 좋다는 건 거의 도장 깨기 완료하심. 방배동 유명 허리치료원도 6개월 기다려 가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서울 우리들병원과 척병원 두 곳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두 병원 모두 상태가 워낙 심하다며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답니다. 담당 의사는 수술하면 통증은 줄어도 정상인의 80% 정도 생활만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요. 당시에는 걷지도 못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인생 난이도가 갑자기 하드코어를 넘어 다크소울 허리 에디션이 된 셈입니다.
그런데 수술을 사흘 정도 앞두고 동네의 허름한 테라피 마사지샵이 떠올랐답니다. 어차피 이래 망가지나 저래 망가지나 싶어 네발로 기어 들어갔는데, 첫 관리를 받고 두발로 걸어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한 번에 완치된 건 아니지만 계속 관리를 받으면서 상태가 좋아져 결국 수술까지 취소했다고 하네요. 이후 자신을 도와준 분을 조르고 졸라 마사지 요령을 배웠고, 허리 관련 공부도 상당히 했답니다.
그 테라피 선생님은 은퇴하신 건지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졌고, 글쓴이는 배운 방법으로 가까운 지인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유명 대기업 회장에게도 해드리고 밥을 얻어먹었다는 깨알 경력까지 등장합니다. 밴쿠버 교민 커뮤니티에서 생활 정보를 많이 얻은 만큼 본인도 뭔가 돌려드리고 싶어 무료 재능기부를 결심했답니다. 광역 밴쿠버 지역이라면 직접 찾아가겠다고 연락처까지 남겼습니다.
대신 본인은 의사가 아니며 수술이나 시술을 하는 게 아니라 소프트한 마사지 정도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관련 질환은 당연히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고, 그래도 차도가 없을 때 연락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비용은 전혀 받지 않고, 가능하면 가족이나 보호자도 함께 참관해 방법을 배워 자주 해주길 권했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마사지 방법도 알려주겠다고 하네요.
무료로 직접 찾아가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 자체는 정말 귀합니다. 밴쿠버에서 마사지 한 번 받으려면 지갑도 같이 교정되는 기분인데 비용까지 없다니 선의만큼은 찐으로 보입니다. 다만 디스크와 좌골신경통은 사람마다 원인과 상태가 다르니, 감동받았다고 MRI보다 먼저 달려가면 안 될 듯합니다. 선의는 선의대로 감사히 보고 의료진 진단은 반드시 챙기는 게 맞겠습니다.
댓글 데이터에는 내용 없이 3시간 전, 3시간 전, 2시간 전이라는 시간 표시만 남아 있어 구체적인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글을 읽은 분들도 무료 재능기부라는 점에는 고마워하면서, 허리에 직접 손을 대는 일이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분위기일 듯합니다. 특히 네발로 들어가 두발로 나왔다는 대목은 거의 성경 외전급 전개라 궁금증이 폭발할 만합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안전하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동시에 허리는 한 번 삐끗하면 기침도 보스전이 되는 부위라 무조건 전문 진단이 우선입니다. 이분은 밥을 얻어먹으려는 게 아니라 밥값보다 비싼 재능을 그냥 풀겠다고 나오신 셈이네요. 밴쿠버에도 아직 인간미 패치가 완전히 종료되지는 않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