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부터 아파트에 살면서 월세 꼬박꼬박 낸 세입자 사연인데, 올해 집안 가전들이 단체로 퇴사 선언을 했대. 시작은 건조기였고 수리까지 3주 걸림. 그다음엔 음식물 분쇄기 나사가 풀렸는데 집주인은 아는 플럼버 있냐며 주방을 쓰지 말라고 한 뒤 잠수함. 세입자가 몇 번이나 연락하고 직접 플럼버를 불러도 되냐, 비용은 나중에 돌려줄 거냐고 물으니 그제야 알겠다고 했대.
플럼버가 보더니 오래돼서 고장 난 거라며 새 제품 교체에 650달러+택스를 부름. 세입자도 비싸다고 느껴 집주인에게 전화 두 번에 문자까지 했지만 묵묵부답. 결국 교체하고 사유와 영수증까지 보냈는데 이후에도 약 10일간 잠수함. 그런데 월말에 수리비를 렌트에서 빼고 보내도 되냐고 하니까 바로 전화 옴 (렌트비 알림 기능은 정상 작동함). 비싸게 나올 줄 몰랐다면서 렌트에서 제외하되 앞으로 조심히 사용하라고 했대.
그 뒤 식기세척기까지 에러가 났는데 AI에게 물어보니 앞서 작업한 플럼버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나옴. 플럼버는 자기 잘못이 아니면 출장비가 추가될 수 있다고 했고, 세입자는 또 집주인에게 전 과정을 장문으로 알렸지만 역시 답이 없었대. 다행히 실제로 플럼버 작업 문제였고 식기세척기는 해결됨. 여기까지도 이미 가전판 도미노인데 진짜 메인 이벤트는 세탁기였음.
세탁 후 문이 아예 안 열려 물도 빼고 운동화 끈까지 써봤지만 실패. 집주인에게 문자하고 다음 날 또 문자하고 전화까지 했는데 계속 무응답이었다더라. 밤 9시가 넘어서야 전화가 왔는데 첫마디가 세탁기 얘기가 아니라 올해 렌트를 안 올려줬으니 2.5% 올려야겠다는 말이었다고 함. 세입자는 세탁기 문이 안 열리는데 집주인은 렌트비 문부터 열고 들어옴. 대화 장르가 갑자기 수리 상담에서 인상 통보로 워프함.
집주인은 예전에 건조기를 고친 테크니션에게 연락하라면서 이번에는 가격을 미리 알려달라고 했대. 며칠 뒤 테크니션이 문 전체를 교체하면 580달러 정도 들 수 있다며 집주인과 먼저 상의하겠다고 함. 그런데 오후 1시에 연락하고 오후 8시까지도 집주인 답장이 없었다는 거야. 세입자가 네 번 전화해도 안 받더니 친구 전화로 걸자 바로 받음 (선택적 통신 장애였나봄).
집주인은 문자도 봤고 가격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너무 비싸다고 했대. 그러면서 또 렌트 2.5% 인상 얘기를 꺼냈고, 세입자가 BC 기준은 2.3%라고 하니 바로 2.3%로 수정함. 흥정도 아니고 고장 신고할 때마다 렌트 인상률 업데이트 패치가 날아옴. 세입자는 수리를 허락한 줄 알았는데 집주인이 테크니션에게 애매하게 비싸다는 문자만 보내는 바람에 기사님은 교체할 문도 없이 방문함.
기사님이 확인해 보니 문고리가 망가져 문 전체 교체가 필요했대. 그런데 집주인은 문을 일단 열었으니 그냥 다시 쓰면 안 되냐고 했다고 함. 기사님이 다시 닫으면 또 안 열린다고 설명하고 같은 모델 여분도 있으니 허락하면 가져오겠다고 했는데, 집주인은 비싸고 바쁘다며 밤에 연락하겠다고 전화를 끊음. 문 닫으면 못 여는 세탁기를 그냥 쓰라는 건 거의 일회용 세탁기 챌린지 아님? 기사님과 세입자 둘 다 벙쪄서 서 있다가 기사님은 그대로 돌아갔다더라.
기사님 말로는 부품이 오래돼 결국 망가질 상태였고 힘이 들어간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했대. 그런데 집주인은 가전이 자꾸 고장 나는 걸 세입자가 일부러 망가뜨리는 것처럼 말해서 세입자는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노티스 없이 렌트를 올릴 수 있는지, 지금 문자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함. 2019년부터 사용한 가전들이 연달아 고장 났다고 세입자를 가전 파괴왕 취급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사람이 리모컨도 아니고 고장 날 때마다 세입자 탓 버튼만 누르면 끝인가.
반응도 대부분 집주인의 잠수 패턴부터 기록으로 남기고 전화보다 문자나 이메일로 처리하라는 분위기였음. 정식 노티스 없이 전화로 렌트 인상률만 외친다고 바로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반응과, 노후로 생긴 고장은 세입자가 고의나 과실로 망가뜨린 게 아니라면 집주인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다만 650달러짜리 음식물 분쇄기를 최종 승인 없이 바로 교체한 건 세입자 쪽에서도 앞으로는 조심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음.
그래도 이번 세탁기 건은 집주인이 직접 지정한 기사님까지 불러놓고 견적이 비싸다고 수리를 멈춘 상황이라 더 황당함. 렌트는 매달 정상 작동을 바라면서 집에 포함된 가전은 문 한 번 열렸으니 됐다는 논리잖아. 앞으로는 통화 내용까지 날짜별로 정리하고 모든 요청을 글로 남겨야 할 듯. 이 집에서 제일 멀쩡하게 작동하는 건 가전도 집주인 전화도 아니고 렌트비 입금일 감지 센서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