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남편은 평소 대화의 3분의 2가 짜증과 화래요. 처음에는 상처받고 싸우기도 했겠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사는 것마저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한때 반짝반짝 빛났을 자신을 남편의 거짓말들이 결혼 안에 묶어버린 것 같다고 하네요. 그동안 들었던 말과 겪었던 행동을 전부 적으려면 너무 길어서, 지금 남은 감정만 겨우 꺼내놓은 글이었습니다.
남편을 향해서는 미운 마음만 남아 이제 남자로도 보이지 않는대요. 사랑받고 싶다는 거창한 바람도 아니고, 그냥 어른스러운 사람에게 예쁨 받으며 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당장 자기 인생을 선택하지도 못하고 모성 하나로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래요. 인생이 이대로 끝나고 아이들이 다 크면 허무함만 남은 채 늙어 죽는 것 아니냐는 마지막 말이 진짜 너무 먹먹했습니다.
배우자가 집에만 오면 상시 분노 모드면 그 집은 가정이 아니라 감정 지뢰밭이죠. 한 사람이 참고 포기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해서 상황이 괜찮아진 게 아니라, 마음이 비상 절전 모드에 들어간 것뿐입니다. 특히 거짓말로 상대를 묶어두고 짜증과 화를 일상처럼 쏟았다면 사랑의 유통기한 문제가 아니라 존중이 진작 품절된 거예요. 아이들을 위해 버틴다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엄마의 인생까지 통째로 제물로 올릴 필요는 없잖아요.
댓글은 네 개가 달린 흔적이 있었는데 제공된 내용에는 ‘2시간 전’, ‘1시간 전’, ‘29분 전’ 같은 시간 표시만 있고 정작 문장은 없었습니다 (댓글 본문 로그아웃함). 그래도 이런 글에는 보통 당장 결론부터 내리기보다 상담과 경제적 준비부터 조용히 시작하라는 반응, 아이들도 엄마가 무너지는 분위기를 느낀다는 반응이 많이 붙을 듯합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어리니 조금 더 버텨보라는 말도 나오겠지만, 이미 10년 넘게 버틴 사람에게 인내심 추가 결제하라는 건 너무 잔인하죠.
가장 무서운 건 힘든 결혼 자체보다 ‘원래 인생이 이런가 보다’ 하고 체념이 기본 설정이 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예쁨 받고 싶다는 말도 결국 연애 상대를 찾겠다는 뜻보다 사람답게 존중받고 싶다는 구조신호처럼 들려요. 당장 큰 결정을 못 하더라도 믿을 만한 사람과 상황을 공유하고 상담, 기록, 경제적 준비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인생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전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