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서 셔터 올리다 받은 종이컵 하나
가게 셔터를 올리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중간에 어정쩡하게 멈췄습니다. 쇠가 차갑다 못해 손가락에 쩍 붙는 느낌이라 호호 불어가며 겨우 끝까지 올렸네요.

버나비 가게 앞 거리가 온통 우윳빛이었습니다. 건너편 간판도 반쯤 지워진 수준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목만 쏙 내밀고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였어요. 6.8도에 안개까지 끼면 체감은 공식적으로 겨울입니다. 제가 10년째 내린 결론이에요.

한참 쓸고 닦고 있는데 단골 할머님이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오셨습니다. 하나는 저, 하나는 안에서 박스 나르던 짝꿍 몫이라면서요. 안개 때문에 길 잃을까 봐 냄새 따라왔다고 농담하시는데 왜 제가 더 웃었는지.

손에 쥔 컵이 따뜻해서 손가락이 녹는 동안, 안개가 서서히 걷히더라고요. 아침부터 인심 적립한 날은 하루가 순하게 흘러갑니다. 오늘 장사도 안개처럼 슬슬 잘 풀리길 바라봅니다.
ㅅㅅㅋㅅ •424
댓글 4
6.8도에 안개는 그냥 겨울 예고편 맞습니다. 저도 오늘 아침에 패딩 꺼냈어요
ㅋㅋ •
냄새 따라왔다는 할머님 센스 뭐야ㅋㅋㅋ 그 종이컵이 올해 버나비 최고 난방기구네
ㅂㅂ •
    
근데 두 컵 들고 오신 거 보면 이 가게 짝꿍까지 챙길 만큼 오래 다닌 단골이신 듯? 그 할머님도 사실 커피보다 얼굴 보러 오신 거일 수도 있겠다 ㅋㅋ
ㄹㅋㄹㄹ •
    
맞아, 저 정도면 커피는 핑계고 출석 체크하러 오신 거지. 단골 오래되면 가게가 아니라 동네 친척집 된다
ㅍㅍ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