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이 정권 잡았다는 소식에 신난 유주택자 한 분이 글을 올렸대. 내용은 딱 한 줄이야. '땡큐 이제 집값좀 오르겠네요 유주택자로써 감사할따름이지요 ㅎㅎㅎ' (선거 결과 보자마자 바로 키보드 잡은 듯). 마지막 ㅎㅎㅎ에서 입꼬리가 귀에 걸린 게 화면 너머로 다 보여. (그동안 집값 빠져서 속앓이 꽤 했나봄)
근데 이건 김칫국 원샷 각이야. 보수당 공약이 이민은 줄이고 주택 공급 속도는 올리는 쪽인데,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면 집값이 어떻게 되겠어. 경제학 1단원 수준 문제지. 금리까지 들썩이는 판에 당 하나 바뀌었다고 집값 떡상을 기대하는 건 행복회로 과열이야.
댓글창도 바로 팩트폭격 들어갔어. '집값이 왜 올라요? 금리인상 불가피하고 유학생 이민 줄이면 더 떨어지죠'라는 반응이 줄줄이 달렸고, 보수당이 집권 중인 온타리오도 집값 오를 기미가 안 보인다는 현실 증언까지 나왔어. 그 와중에 '뭔일 있었어?' 물어본 사람한테 '뉴스 좀 봐라' 했더니 '그 댓글 달 사이에 말해주겠다 이넘아'로 받아친 게 이 글 MVP였어 ㅋㅋ
제일 묵직했던 건 찐 경험자 댓글이야. 2013년에 8만불 넣고 모기지 껴서 타운하우스로 시작해서, 2년 만에 20% 남기고 팔고, 2015년에 하우스 분양받았다가 올해 팔았는데도 구매가의 두 배 넘게 남겨서 모기지 다 갚고 로우하우스랑 작은 콘도로 다운그레이드했대. (부동산 인생 2회차이신 듯) 이분 말로는 그동안 집값 폭등은 트루도 시절 이민정책 영향이 컸는데, 보수당은 이민도 억제한다니 몇 년간은 오히려 더 하락할 거래. 그래도 밴쿠버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도시라 길게 보면 다시 오르긴 할 거라고 덧붙였어.
물론 원글 편드는 쪽도 있었어. '왜 부촌들이 보수당을 뽑을까요?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 당신들보다 재산이 많은 게 아닙니다'라는 한 방에, '인생도 집값도 동그라미! 내려왔으니 하늘 찍으러 올라간다!'는 무한긍정 댓글까지 달렸어.
결국 집값은 어느 당이 잡느냐보다 금리랑 이민이 쥐고 흔드는 거라, 원글님의 땡큐는 많이 이른 감이 있어. 유주택자랑 무주택자의 희망회로가 정반대로 돌아가는 걸 보면 집값 얘기는 캐나다나 한국이나 전쟁터인 건 똑같아. 1~2년 뒤에 이 글 다시 꺼내보면 누가 웃고 있을지 벌써 궁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