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동업 준비 중인 분이 글 하나 올렸어. 내용도 엄청 점잖아. 친구랑 돈 엮이면 안 된다는 말 많이 듣는데 진짜 그런지, 혹시 친구나 지인이랑 사업해본 분 있으면 동업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거랑 특별히 주의할 점 좀 알려달라고. 마지막 인사도 '다들 번창하시고 건강하십시오'야. 예의 만점 글이었음.
근데 댓글창이 열리자마자 분위기가 장례식장이 됐어. 첫 댓글이 '으악 무조건반대'. 그 밑으로 '하지마시요', '101% 반대', '결사반대', '유경험자임 절대 반대 이유불문'이 줄줄이. 심지어 '주의할 점: 동업하지 않기' 이 한 줄로 질문 자체를 종결시킨 분도 계심.
경험담들도 스케일이 다르더라. 2번 동업해서 2번 다 원수 된 분, 제일 친한 친구랑 시작했다가 지금 세상 원수지간이라는 분, 남편이랑 하다가 집안파탄에 이혼 위기까지 갔다는 분까지.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분은 지인 동업하다 싸우고 소송 가고 비즈니스 찢어지는 손님들 엄청 많이 본다고 아예 업계 통계를 내주셨어. '친분 앞세운 동업은 99프로 안 좋은 결과, 그냥 동업은 98프로'라는 분석도 있었고.
가장 현실적으로 무서웠던 건 출구가 없다는 얘기. 문제 생겨서 가게 팔자고 해도 동업자가 동의를 안 해주고, 내가 인수할게 하면 지분값 비싸게 부르고, 네가 해라 하면 깎으려 들고. 결국 스트레스 받다가 던지고 나온다는 거야. 돈을 벌어도 그 돈 1불을 어디 쓸지부터 의견이 갈려서 돈 벌기 전에 암 걸린다는 댓글도 있었음.
그래도 완전 반대만 있진 않았어. 사람 나름이라는 분은 결혼도 결국 동업이고, 사람도 화학물질처럼 어떤 원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이 나온다며 독고다이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하셨고. 한국에서 10년 동업하면서 으쌰으쌰 잘했다는 분은 애초에 불신하면서 시작하면 오래 못 가니까 할 거면 상대방 위한 마인드로 하라고. 밴쿠버에서 몇 시간 떨어진 데 주유소를 두 가족이 공동 인수해서 3개월씩 교대로 일하고 3개월 놀면서 잘 돌린다는 사례도 나왔어. (이건 사실상 동업이 아니라 교대근무 아님?)
글 다 읽고 나니까 결론은 좀 선명해지더라. 반대파 중에 제일 와닿은 댓글이 '확실하게 대비해도 문제 생길 확률 99프로인데 시작 전부터 이게 헷갈리면 100프로'야.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음속에 불안이 있다는 뜻이잖아. 그리고 '하지 마세요 하지 마 하지 마세요 또 하지 마세요' 네 번 외친 분이 덧붙인 말이 제일 섬뜩했음. 이렇게 말해도 결국 하시고 1년 반 뒤에 후회한다고. 그래서 그래도 할 거면 동업계약서 정확히 쓰고 변호사 공증받고, 특히 몇 년 차에 계약 깨질 때 투자금 어떻게 회수하는지까지 박아놓으라고. 근데 많은 사람이 그 계약서 쓰는 단계에서 이미 깨진다고.
솔직히 그게 핵심인 듯.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는 왜 일 안 하니' 이 한 문장에서 금 가기 시작한다는데, 그 문장 안 나올 자신 있는 친구 관계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우정은 적자를 모를 때만 유지되는 거고.
그리고 '댓글에서 하지 말라면 안 하고 하라면 하실 건가요?'라는 돌직구도 있었는데, 이게 제일 정답 같아. 이미 마음은 정해놓고 허락받으러 온 느낌이라 아마 하실 것 같음. 다만 변호사비 아끼지 말고 계약서는 오늘 처음 본 남이랑 쓴다는 마음으로 쓰시길. 1년 반 뒤에 후속글 안 올라오는 게 최고의 해피엔딩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