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에 지붕공사를 한 하우스에 사시는 분이 고민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천장 몇 군데에 주먹만 한 물자국이 생겼답니다. 다행히 물이 뚝뚝 떨어지는 단계는 아니라고 해요. (아직 바가지 받칠 정도는 아닌 듯함)
그래서 지붕업체에 물어봤더니 원인이 줄줄이 나왔대요. 지붕에 이끼가 껴 있고 결로도 있는데, 결정적으로 화장실 2개 환풍팬에 덕트가 없다는 겁니다. 환풍기만 덩그러니 달려 있었다고 해요. (습기를 밖으로 못 빼고 천장 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던 것 같음) 그래서 글쓴분은 덕트부터 설치해볼까 하고, 공사해보신 분들께 업체 추천을 부탁하셨어요.
이건 거의 몰래카메라급 반전 아닌가요. 환풍기가 열심히 돌고 있으니 당연히 일하는 줄 알았을 텐데, 알고 보니 습기를 천장 안으로 배달하고 있었던 거죠. 일하는 척만 하는 직장인 그 자체입니다. 밴쿠버처럼 비 많이 오고 습한 동네에서 이건 진짜 치명적이에요. (샤워할 때마다 다락에 사우나 하나씩 개장한 셈임)
그래도 순서는 제대로 잡으신 것 같아요. 지붕 전체를 갈아엎기 전에 습기 원인부터 막겠다는 거니까요. 원인 놔두고 지붕만 새로 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물자국은 또 생기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댓글에서도 다들 어이없어하는 분위기였어요. "Fan을 덕트 없이 시공하다니.... 정말 해도해도 너무 했네요."라는 반응이 대표적이었고요. 처음에 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다들 궁금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그분은 이미 은퇴하고 하와이에 계실 듯함)
이런 글 보면 집 살 때 인스펙션 꼼꼼하게 받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장 위는 아무도 안 올라가 보니까 15년 동안 조용히 쌓였던 거죠. 혹시 우리 집 화장실 환풍기도 그냥 소리만 내는 장식품은 아닌지, 오늘 한번 다락 열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