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퀴틀람 사는 아재 4명이 지난 주말에 해발 1,716m 골든 이어스 정상 찍으러 갔다가 아주 스펙타클한 경험을 하고 옴. 토요일 출발할 때만 해도 하늘이 맑아서 구조대장님 집 창문에서도 산꼭대기가 보일 정도였는데, 하산하려는 순간 갑자기 날씨가 돌변해서 눈보라가 몰아치고 앞이 1도 안 보이는 화이트아웃이 터져버림. 날씨가 사람을 아주 가지고 노네.
천만다행으로 이 형님들이 등산 짬바(경력)가 좀 있어서 파노라마 리지 비상 대피소로 호다닥 피신함. 평소 같으면 1시간이면 내려올 거리인데 날씨 때문에 꼼짝없이 갇힌 거임. 거기서 애플 SOS로 구조 요청 보냈는데, 날씨가 얼마나 험악한지 구조대가 헬기를 띄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음. 일요일에 탈론 헬기가 한번 떴는데 시야가 똥망이라 대피소 코앞까지 갔다가 회항함. 월요일은 더 심각해서 아예 시도도 못 하고, 밤 되니까 챙겨간 밥도 다 떨어졌다고 연락 오고 상황이 아주 급박해짐.
드디어 화요일 오후 1시쯤에 날씨가 잠깐 풀린 틈을 타서 구조대가 빛의 속도로 날아가서 4명 다 픽업 성공함. 피트 메도우 공항에 내려서 가족들 만나는데 완전 감동의 도가니탕이었음. 구조대장이 말하길, 이 사람들이 장비 제대로 챙기고 대피소까지 가서 존버(버티기)한 게 신의 한 수였다고 함. 거기 대피소에 BC 공원 관리국이 쟁여둔 비상식량도 있어서 그거 먹고 버틴 듯.
겨울 산행 만만하게 보고 동네 마실 나가듯이 갔으면 진짜 뉴스 사회면에 나올 뻔했음. 지금 시기엔 단순 등산이 아니라 거의 전문 산악 수준이라니까, 장비빨 준비빨 없으면 객기 부리지 말고 집에서 따뜻하게 귤이나 까먹자. 산은 언제나 겸손하게 다녀야 하는 거 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