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트니 같은 윗동네는 눈이 산더미처럼 와서 보드 타고 신나게 즐기는데 우리 밴쿠버 쪽은 이번 겨울 완전 망했어. 원래 라니냐(La Niña) 오면 엄청 춥고 눈도 펑펑 쏟아져야 정상인데, 이번엔 라니냐가 힘을 못 쓰고 비실비실하네?
기상청 피셜로는 이상 고온에 대기천(atmospheric rivers, 수증기가 강처럼 하늘을 흐르며 비를 뿌리는 현상)까지 겹쳐서 눈이 전멸 수준이래. 지금 밴쿠버 적설량이 0cm라는데 이거 2014년 악몽 재현되는 거 아니냐? 환경부 형님도 “좀 추워지나 싶으면 바로 해 뜨고 지난 두 달 동안 눈송이 구경도 못 함”이라며 절레절레하더라.
산꼭대기도 기온이 높아서 눈 대신 비만 주룩주룩 오는 바람에 적설량이 평년보다 67%나 부족한 상태야. 이게 당장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여름 되면 진짜 헬게이트 열릴 수 있어. 우리가 여름에 쓰는 물이 보통 산에 쌓인 눈이 녹아서 내려오는 건데, 눈이 없으면 여름에 손가락 빨아야 할 수도 있거든.
얼마나 따뜻하면 벌써 벚꽃 핀 동네도 있다더라. 스키장들은 눈 없어서 시즌 일찍 접어야 할 판이고, 전문가들은 2080년쯤 되면 스키장 대부분 문 닫을 거라고 경고하고 있어. 아무튼 이번 겨울은 스키는 포기하고 여름에 물 부족해서 샤워 못 할까 봐 걱정이나 해야겠다. 지구가 진짜 많이 아픈가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