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밴쿠버 키칠라노(West 4th Ave) 스키용품점 사장님들 표정이 아주 어두워. 원래 이맘때면 스키나 보드 타려는 사람들로 가게가 미어터져야 정상인데, 눈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다들 스키 대신 패들보드나 산악자전거를 꺼내야 하나 고민 중이라네.
웨스트 코스트 스포츠 매니저 말로는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 좋았대. 산에 첫눈 오니까 다들 신나서 장비 사러 왔었거든. 근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서 기온이 오르니까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거지. 그나마 레벨스토크(BC주 내륙 스키 명소)나 켈로나(Kelowna) 쪽으로 원정 가는 사람들이 들러서 겨우 버티고 있대. 지금 로컬 스키어들은 거의 전멸이고 여행객들만 온다는 슬픈 소식이야.
날씨가 얼마나 미쳤냐면 목요일에 BC주 곳곳에서 최고기온 기록을 죄다 갈아치웠어. 아보츠포드(Abbotsford)는 16.4도 찍으면서 1984년 기록을 깼고, 스쿼미시도 15도를 넘겼어. 2월인데 벌써 봄 날씨라니까? 빅토리아랑 덩컨(Duncan) 같은 섬 지역도 14도 넘게 찍으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
기상청 형님들 설명 들어보니 고기압 능선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태평양에서 오는 폭풍우를 막아주고 남쪽 따뜻한 공기만 퍼오고 있대. 비 안 와서 좋긴 한데 스키장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재앙이지. 그래도 주말 지나면 고기압이 물러가면서 다시 추워질 수도 있다니까 아직 희망 끈 놓지 마. 2022년엔 4월에도 눈 왔었다잖아? 과학자들은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일 거라고 보고 있는데, 아직 정확한 데이터 분석은 안 끝났대. 아무튼 지구가 확실히 뜨거워지긴 했나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