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하다가 백보드 쇠기둥이 무너지면서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어. 진짜 별이 번쩍하더라구. 피도 나고 덜덜 떨려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복도 의자에 앉아서 끝도 없이 대기만 탔어. 문 열릴 때마다 겨울 찬바람은 쌩쌩 불지, 응급실 안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완전 북새통이지, 간호사들은 영혼까지 갈아 넣은 표정으로 뛰어다니고 의사 얼굴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어.
한두 시간 멍하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CT를 찍었어. 다행히 두개골이 깨지거나 피가 나는 건 없었는데, 뜬금없이 몇 년 전에 조용히 지나간 뇌졸중 흔적이 발견됐지 뭐야. 의사 선생님이 짭짤한 거 그만 먹고 당장 빡세게 운동 안 하면 골로 갈 수 있다고 뼈 때리는 조언을 해주시더라. 결국 상처 소독하고 파상풍 주사 한 대 맞고 집에 왔어.
사실 캐나다 의료 시스템이 대기 시간은 미치도록 길고, 병상은 부족하고, 인력은 갈려 나가는 등 문제투성이라고 매번 욕먹잖아.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아내 암 수술부터 내 목숨까지 구해준 정말 고마운 시스템이기도 해. 만약 미국 같은 민영화 시스템(환자가 병원비를 전액 부담하는 구조)이었다면, 우리 가족은 진작에 병원비 폭탄 맞고 길거리에 나앉았을지도 몰라. 미국은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1위 국가니까 말이야.
결론적으로, 지옥 같은 스케줄을 버티는 의료진들에게는 그저 말로만 고맙다고 할 게 아니야. 썩어가는 건물에 페인트칠만 하는 격이거든. 찐으로 그분들 월급을 올려주고 인력을 대폭 늘려줘야 해. 노령 인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어서 앞으로 상황은 더 끔찍해질 거라는데, 진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