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다운타운 워터프런트 역 바로 옆에 있는 노른자위 땅 주차장 알지? 무려 25년 동안이나 텅 비어있던 그곳이 드디어 화려하게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어. 밴쿠버 시청에서 이 주차장 자리에 22층짜리 오피스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승인해 줬거든. 근데 쿨하게 오케이한 건 아니고, 조건부 승인이라는 딱지를 붙였어.
원래 개발사에서 가져온 조감도는 아래는 좁고 위로 갈수록 뚱뚱해지는 약간 가분수 같은 스타일이었단 말이야. 근데 시청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 부담스러웠나 봐. “건물이 너무 빵빵하니까 다이어트 좀 시켜라” 하면서 가장 넓은 부분의 면적을 3분의 1 정도 싹둑 잘라내고 슬림하게 다시 설계하라고 지시했어. 한마디로 강제 다이어트 당한 셈이지.
이 땅의 주인인 캐딜락 페어뷰(대형 부동산 개발 회사)는 지난 25년 동안 여기에 뭐라도 지어보려고 진짜 눈물겨운 똥꼬쇼를 해왔어. 2015년에는 미래지향적이랍시고 건물을 디자인했다가 사람들한테 “무슨 얼음송곳이냐”고 폭풍 까이고 취소된 적도 있거든. 그래서 이번엔 밴쿠버의 네임드 건축가 제임스 청(James Cheng)을 모셔와서 단풍나무에 영감을 받은 야심 찬 디자인을 들이밀었는데, 결국 또 수정을 거치게 됐네.
이 와중에 전직 도시계획가나 전문가들은 딴지를 걸고 있어. 밴쿠버 워터프런트 구역 전체를 어떻게 개발할지 큼직한 마스터플랜도 아직 없는데, 건물 하나만 덜컥 승인해주면 나중에 스텝 꼬인다는 거지. 하지만 우리 건축가 형님은 “그놈의 마스터플랜 기다리다가는 평생 주차장만 봐야 한다”면서 속 시원하게 팩폭을 날렸어. 사실 워터프런트 엑스포 86 이후로 그 동네에 뭐 하나 제대로 지어진 게 없긴 하거든.
어쨌든 까다로운 시청에서 그린라이트를 켜줬다는 거 자체가 개발사 입장에서는 완전 축제 분위기야. 제임스 청 팀은 앞으로 1년 넘게 뼈를 깎는 고통으로 얄쌍하고 예쁜 새 디자인을 뽑아낼 예정이래. 맨날 자갈밭이랑 기찻길만 보이던 칙칙한 주차장 뷰가 드디어 세련된 빌딩으로 바뀔 날이 머지않은 거 같아. 어떻게 완성될지 진짜 흥미진진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