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밴쿠버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올 거라더니 벌써부터 물 부족 조짐이 심상치 않아. 보통 이맘때면 일주일에 한 번은 잔디에 물 주게 해주는 1단계 제한으로 살살 시작하잖아. 근데 올해는 5월부터 냅다 2단계로 건너뛰어 버렸어. 10월 중순까지 잔디에 물 주는 건 아예 포기해야 해.
게다가 6월 1일부터는 무려 3단계 제한이 걸릴 각이야. 이때부턴 스프링클러 금지는 기본이고, 세차도 안 되고 수영장에 물 채우는 것도 싹 다 금지야. 지난겨울에 눈이 징그럽게 안 와서 산에 쌓인 눈(Snowpack)이 작년보다 30퍼센트나 줄었대. 이게 다 올여름에 우리가 마시고 써야 할 물인데 말이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탠리 파크 쪽 오래된 수도관 교체 공사까지 겹쳐서 수압도 좀 간당간당한가 봐. 불났을 때 끌 물이라도 남겨두려면 지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거지. 근데 어이없는 건 2026년 피파(FIFA) 월드컵 연습용 축구장 잔디에는 꼬박꼬박 물을 줘도 된다고 특별 예외를 뒀다네.
아무튼 여름 내내 동네 곳곳에 감시단이 돌아다닌대. 몰래 물 주다 걸리면 500달러 벌금 뜯길 수도 있으니까 다들 얌전히 있자고. 자원봉사자들까지 싹 풀어서 단속을 빡세게 한다니까, 이번 여름은 그냥 마음 비우고 마당 잔디가 누렇게 타들어 가는 걸 감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