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시청에서 이번 월드컵(2026년 북중미 월드컵) 시즌을 맞아서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어.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밴쿠버의 대표적인 우범지대이자 노숙자 밀집 구역)에 있는 공원 같은 데다가 노숙자들 축구 보라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준다는 거야. 경기 있는 날엔 원래 있던 쉼터 운영 시간도 좀 늘려주고 말이지.
근데 정작 당사자들 반응은 완전 시큰둥해. 공원에 있는 한 아저씨는 “이딴 거 필요 없으니까 시청이 그 돈으로 제대로 된 집이나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뼈 때리는 팩폭을 날렸어. 솔직히 당장 하루하루 버티기 바쁜데 축구가 눈에 들어오겠어. 게다가 시청은 겉으로는 월드컵 기간에 텐트촌 강제 철거 안 한다고 언플하면서, 실제로는 낮 시간대 텐트 금지 규정을 핑계로 계속 단속하고 있거든. 어떤 분은 “텐트에 바퀴라도 달아놔야 단속 안 당할 것 같다”고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하더라.
이 상황을 보고 지역 구호 활동가들도 뒷목 잡고 있어. 지금 이 사람들한테 당장 필요한 건 더위 피할 에어컨, 깨끗한 화장실, 그리고 안전한 잠자리인데 뜬금없이 웬 축구 중계냐는 거지. 시애틀이나 애틀랜타 같은 다른 미국 개최 도시들 상황을 보면 더 비교돼. 걔네는 이번 월드컵을 핑계 삼아서 냉난방 빵빵한 타이니 하우스(소형 이동식 주택)를 지어주거나 노숙자들 살 곳을 수백 채씩 뚝딱뚝딱 마련해 줬거든.
반면에 밴쿠버는 그냥 기존에 있던 시설들 운영 시간 깔짝 늘리고 TV 몇 대 놔준 걸로 퉁치려는 마인드야. 솔직히 너무 날로 먹으려는 거 아니냐. 전 세계 사람들 불러 모아서 파티할 생각에 신났으면서, 정작 제일 도움 필요한 동네 사람들은 그냥 스크린 하나 던져주고 방치하는 꼴이라니 참 어이가 없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