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즌 다가온다고 한 1년 전에 미리 캐나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잔뜩 주문해 놨던 밴쿠버 스포츠 매장 사장님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박스에 먼지만 쌓여가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었대. 속으로 한숨 푹푹 쉬면서 무리해서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닌가 후회막심이었다는 거지.
근데 막상 월드컵 뚜껑이 열리니까 상황이 180도 바뀌어버렸어. 리치먼드 지역에서 작은 축구용품점 하시는 사장님은 이번에 과감하게 120장이나 주문하는 도박을 걸었는데, 금요일 기준으로 아동용 3장이랑 여성용 1장 남고 싹 다 털렸대. 대회 시작 전만 해도 가게 사장님들끼리 모여서 이거 진짜 누가 사긴 살까 하면서 걱정했다는데, 갑자기 도시 전체가 축구 뽕에 제대로 취해버린 거야.
이스트 헤이스팅스 (밴쿠버 동부에 있는 상업 거리)에 있는 한 매장은 평소보다 유니폼이 10배나 많이 팔려서 알바생까지 두 명 더 뽑았대. 50년 동안 장사하신 사장님도 나이키에서 물건 떼오기가 버거울 정도라고 혀를 내두르시네. 10대부터 60대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지갑을 여는 중이래. 홈구장용 빨간색이랑 얼음 느낌 나는 새로운 검은색 유니폼 둘 다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캐나다는 일요일에 열리는 첫 녹아웃 매치 (지면 바로 탈락하는 결승 토너먼트전)에서 검은색을 입을 예정인데, 지난주에 카타르를 6-0으로 폼 미치게 발라버릴 때 입었던 것도 저 검은색 유니폼이야.
원래 축구용품 안 파는 일반 스포츠 매장도 오픈런 땜에 한 시간 일찍 문을 열 정도래. 다른 나라 유니폼 다 합친 것보다 캐나다팀 옷이 10배는 더 잘 나간다니 말 다 했지.
근데 불청객도 등장했어. SNS나 온라인에서 정가의 3분의 1 가격인 짝퉁이 풀리면서 정식 매장들 매출을 갉아먹고 있대. 토론토 경찰이 얼마 전에 창고에서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인 1만 6천 장짜리 짝퉁 유니폼을 압수하기도 했어.
매장 사장님들은 “제발 동네 정식 매장에서 모자나 굿즈라도 사주세요”라며 짝퉁 근절을 호소하고 있어. 어차피 월드컵 끝나면 이 열기도 식어버리고 다들 리버풀이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클럽팀으로 갈아탈 테니까, 남은 재고들 다 팔 때까지 국가대표팀이 계속 이겨주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