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축제에서 35년 동안 뼈 묻은 자원봉사자 할머니의 짬바
한 우물만 35년 파면 이런 꿀잼 혜택이 따라오나 봐. 오드리 자하리추크라는 분 이야기인데, 무려 35년 동안 ‘바드 온 더 비치(캐나다 밴쿠버에서 매년 열리는 셰익스피어 연극 축제)’에서 자원봉사를 하셨대. 덕분에 배우들이 처음 모여서 대본 읽는 리딩 현장도 1열 직관하신다는 거 아님?

처음 시작했던 1991년만 해도 동네 플리마켓 수준이었나 봐. 텐트 하나 쳐놓고 티셔츠 박스 뒤져가며 굿즈 팔았는데, 심지어 쉬는 시간엔 배우들이 직접 나와서 커피까지 타줬다네? 완전 소규모 인디 갬성 낭낭했던 거지. 근데 지금은 한 해에 8만 8천 명이나 몰리는 초대형 축제가 됐어. 설립자도 오드리 할머니의 짬바와 열정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거라며 무한 샤라웃을 보내고 있지.

수십 년 동안 박스오피스 매표소부터 어셔(공연장 안내원), 오디션장 대기실 지킴이까지 안 해본 역할이 없으셔. 오디션 볼 때마다 배우들 멘탈 케어해주다 보니 밴쿠버 연극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찐 인싸가 되셨대.

원래 셰익스피어 덕후도 아니었는데, 이젠 ‘한여름 밤의 꿈’을 최애픽으로 꼽을 정도야. 물론 2008년에 했던 ‘타이터스 안드로니쿠스(셰익스피어의 초기 잔혹극)’는 피가 너무 튀어서 7번 보고 난 뒤엔 “아, 이 텐트에선 그만 일해야겠다”며 빤스런 하셨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있어.

결국 이 긴 세월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끈끈한 가족 같은 분위기래. 수요일 밤마다 같이 봉사하던 크루들이랑은 시즌 끝나고도 따로 만나서 놀 정도라니까. 찐친 바이브 미쳤지. 아무튼 이 전설의 축제는 9월 19일까지 바니에 파크에서 열린다니까 시간 나면 한번 구경 가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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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자원봉사자분들은 정말 소중하게 대우받아야 합니다
MA •
정말 매력적인 문화유산이야.

푸르른 바닷가 풍경 뒤로 흉물스럽게 솟아오르는 원주민 보호구역이나 다운타운 웨스트사이드의 개발 바람 속에서도 이 축제가 무사히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BR •
35년을 버틴 게 셰익스피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사실 수요일 밤 크루들 얼굴 보러 나온 거였네. 최애픽이 나중에서야 생긴 거 보면 연극은 핑계고 진짜는 사람이었던 듯
ㄱㄱㄱㅋ •
    
셰익스피어는 명분, 수요일 크루는 본진이었네 ㅋㅋ 35년 개근의 진짜 대본은 사람이었단 거지
ㅋㄱㄱ •